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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들었다" 왜 말을 못해?

최고운

입력 : 2008.11.10 14:09|수정 : 2008.11.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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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집을 누군가가 털었다!!

다들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생계형 범죄가 늘 거라고 걱정하는 소리가 왕왕 들리던 때.

모 정당 비례대표 의원의 집에 도둑이 들어 기자는 생전~ 본 적도 없는 1억 원 넘는 명품 시계와 다이아몬드, 그리고 수표 뭉치를 가져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진희 캡보다 훨씬 무서운 캡의 지시대로 현장으로 튀어 갔죠. 분명 노동계 비례대표 의원이라고 들었는데, 집 앞에 서니 으리으리한 자택의 위용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집에 사는 사람이, 어찌 가난한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하겠다고 이야기 할 수 있나..하는 슬픈 마음으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일명 맨땅에 헤딩하는 앵벌이식 취재.

정육점, 쌀집, 세탁소 등등 소문이 모일만한 곳은 모두 뒤진 결과, 도둑이 든 사실을 알고 있는 분을 만났습니다. 놀라웠죠. 용감하게 초인종도 눌러 집 안에도 들어가봤습니다. 물론 일 하시는 아주머니만 계셨지만.. 지구대로도 갔습니다. 신고를 받고 초기 출동했다고 하니까요.

역시나 딱 잡아뗍니다. 심지어는 1억이 넘는 시계도 있느냐며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물론 믿지는 않지만요. 서장에게도 전화를 걸었습니다. 절도 사건이 났다는 보고를 받고 직접 집에 찾아가서 순찰 강화와 재발 방지 약속을 하고 오셨다니까 잘 알고 계시겠죠.

그런데 어이가 없어서 목 잡고 쓰러질 법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기자 : 서장님, 강모의원 아시죠?]

[서장 : 강..누구요?? 난 그런 사람 모르는데?]

[기자 : 강 의원님 댁에 도둑이 들었다는데?]

[서장 : 과장이 보고를 안 한 것 같은데. 작은 절도 사건은 보고 원래 안해요.]

오기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욱 하는 성격을 참지 못해 해주고 싶은 한 마디가 목까지 기어올라왔지만 꾹꾹 눌렀습니다.

의원님에게도 당근 전화 걸었습니다. 사실 확인을 해야 하니까요. 도둑이 들기는 커녕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식구들이 놀라서 신고한 해프닝이었다고 말합니다. 혈압이 계속 올라갔지만, 또 참았습니다. 기사로 쓰면 되니까요.

결국 기사는 나갔습니다. ( ☞ 도둑 들었다 왜 말을 못해?…국회의원의 속사정 )국회의원 집 절도사건, 모두다 입을 다물고 있고, 개 짖는 소리에 놀라서 신고했다는 의원님이 뭐가 그렇게 두려우셨는지 순찰 강화를 요청해 매일매일 순찰차가 서너번 왔다갔다 한다는 사실도 포함해서요.

기사는 나갔고 많은 전화와 많은 편지를 받았지만 아직도 정말 궁금합니다.

의원님, 왜 오인신고였다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처제 물건 훔쳐간 거라고 말을 바꾸셨나요?  마포경찰서 서장을 비롯한 관계자분들, 강 의원에 강 자도 모른다고 하시다가 나중에 서장님이 의원 자택에 찾아간 사실, 도난사건이 있었다는 사실 인정하실 때 기분은 어떠신가요?

어차피 알려질 사실이라면, 당당하게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국민의 대표였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그리고, 경찰분들. 국회의원집 한 번 털렸다고 보호순찰 돌아줄 시간에 정말 억울한 국민은 없는지 한번만 다시 생각해주시면 안될까요.

  [편집자주] 2007년에 입사한 SBS 사회2부의 새내기 최고운 기자는 늘 밝은 웃음으로 사건팀에서 '비타민'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험한 사건사고 현장을 누비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잃지 않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