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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폭락에 멀쩡한 배 폐기…무너지는 '농심'

(TJB) 이재곤

입력 : 2008.11.06 07:45|수정 : 2008.11.0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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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배 재배농가들이 시름에 잠겨 있습니다. 산지 값이 폭락하면서 멀쩡한 배를 갈아 엎기도 한다고 합니다.

TJB 이재곤 기자입니다.



<기자>

천안시 성환읍에서 배농사를 짓는 이종문 씨는 풍작을 맞은 기쁨도 잠시, 시름을 걷어내지 못합니다.

잠시 후면 한해 동안 애써키운 배들을 모두 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내놔봐야 지난해의 절반값에 그쳐 비료값은 커녕 포장비도 채 안나오자, 18kg 당 8천 원을 지원받고 폐기처분을 결정했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자식같이 정성들여 키운 배들을 갈아 엎는 순간, 트랙터를 잡은 손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습니다.

[이종문/천안 성환읍 배 재배농민 : 부셔버려야 다른 사람도 부시지는 못하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벌어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야. 모르겠습니다. 내년이면 좋아지겠죠.]

이번에 천안에서 폐기되는 물량만 해도 1,300여 톤, 7만 상자가 넘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는 전국적으로 18%나 생산량이 늘어난 때문입니다.

[전대규/천안시 원예특작팀장 : 최상의 기상 조건으로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증가했습니다. 자율적인 수급조절을 위하여 사회복지 시설 기증 및 현지 폐기를 통하여 품질 향상으로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입니다.]

공급량을 줄이지 않고는 폭락에 따른 줄도산을 막을 수 없다며, 사상 처음으로 비싼 배를 갈아엎게 됐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싼값에 배를 먹을 수 있어 좋지만, 농민들에겐 괴로운 배 풍년, 저장고조차 만원인 상태에서 배를 많이 먹어주는 것만이 해결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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