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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안면 바꾸는 은행" 질타

입력 : 2008.11.04 16:21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은행의 영업 행태를 또다시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진흥확대회의에서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과거에 경험해보니까 정부가 뭘 해준다, 돈을 푼다 발표하고 은행에서 어떻게 한다고 해도 창구에 가보면 아주 냉정하다"며 은행권을 겨냥했다.

이 대통령은 "어려울 때는 은행이 더욱 냉랭해진다. 돈이 필요 없을 때 갖다 쓰라고 하는데 정작 필요할 때 안면을 바꾸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최근 달러와 원화 유동성 부족 사태를 겪은 은행들이 수출기업의 수출환어음 매입 등을 줄이고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돈줄부터 죄는 행태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면 바꾸는 은행"

은행들은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몸집(자산)을 불리기 위해 가계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렸다. 그러다가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가계대출이 어려워지자 중소기업 쪽으로 전선을 옮겨 기업들을 대상으로 '뺏고 빼앗기는' 대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경기둔화가 뚜렷이 감지되자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특히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달러난이 심각해지자 신규 외화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수출환어음 매입을 줄이거나 환가료율을 올리는 등 수출입금융 영업부터 축소했다.

환가료는 은행이 수출환어음 등을 매입하고 수출대금을 미리 업체에 제공하면서 받는 일종의 이자 성격으로 환가료율이 올라가면 수출업체들의 마진이 그만큼 줄게 된다.

10월말 기준 신한은행의 3개월 기준 환가료율은 9월 말보다 0.5%포인트 이상 올랐고 다른 은행들 역시 큰 폭으로 인상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달러를 긴급 수혈받았지만 은행들은 적극적인 영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중소기업 대출도 바짝 줄였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의 중기대출은 총 35조원으로 월 평균 5조8천억원에 달했지만 8월과 9월에 각각 2조6천억원, 2조9천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10월에는 3조4천억원으로 다소 늘었지만 중기들의 자금난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당국도 이날부터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시중은행 9곳을 대상으로 중기대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현장점검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정부의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방안에 따른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과 신규지원 이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주에 개별은행과 체결하는 정부 지급보증 관련 양해각서(MOU)를 통해서도 중소기업 대출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번 MOU에는 은행이 실물경제에 유동성을 원활히 공급해 가계와 기업의 금융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은행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은행들은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의 전방위 압박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대출자산에 대한 건전성 관리를 철저히 하라면서도 중기대출은 늘리라는 `모순된' 주문을 하고 있다는 것.

은행들은 특히 경기둔화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중기 대출을 늘리면 부실 가능성이 커져 은행 뿐 아니라 예금자와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 대출의 신용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중소기업 10만여 업체 가운데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투기등급' 업체 비율은 33.5%로 작년 말보다 5.4%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6월말 현재 0.83%로 작년 말보다 0.14%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들은 무엇보다 자본 건전성을 측정하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국민은행의 BIS 비율은 9.76%로 2분기의 12.45%에 비해 큰 폭으로 내려가면서 10% 밑으로 떨어졌고 신한은행은 12.50%에서 11.90%로 주저앉았다. 자기자본 대비 위험자산의 비중을 뜻하는 BIS 비율은 자본의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통상 10%를 넘어야 우량은행으로 평가된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자본을 늘리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늘리면 BIS비율이 하락하게 되고 이는 결국 은행에 대한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은행이 잘못되면 결국 또다시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