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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에 울고 웃는 병원의 두 얼굴

입력 : 2008.11.04 09:57

엔화 빌린 병원들 '침통'…피부·성형외과는 중국·일본 환자 몰려 '희색'


최근 계속되고 있는 엔고 현상으로 국내 의료계에 희비쌍곡선이 그려지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8월만 해도 100엔당 1천원을 밑돌던 환율이 10월 말 1천500원으로 두달만에 50% 이상 급등하면서 1~3년 전 1.5~3%의 싼 금리로 엔화를 빌려 쓴 병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강남 A병원의 경우 지난해 초 병원을 신축하면서 연리 1.5%의 싼 금리로 일본의 은행에서 5억원 상당의 엔화를 빌렸지만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자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경기침체로 환자들이 50% 가까이 줄면서 병원 부담은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이 병원의 원장은 "솔직히 이자는 늘고, 환자는 떨어져 사채를 써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자가 줄어도 엔저 현상만 계속됐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지금은 워낙 상황이 어려워 병원 신축을 중단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토로했다.

B치과 병원도 딱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3년 전 개원하면서 장비구매와 건물 리모델링 비용을 충당하려고 일본의 은행에서 3억원을 대출받은 이 병원은 최근 3년 약정이 끝나 대출기간을 연장하려 하자 환율상승분 4천만원을 은행에 일시불로 내야만 연장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이 병원은 울며 겨자 먹기로 4천만원을 더 내고 대출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4천만원 외에도 매달 고액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데다 최근에는 A병원과 마찬가지로 환자가 급감해 정들었던 직원들마저 일부 정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엔화 대출을 받은 한 원장은 "3년 전 일부 보험 설계사들이 새로 개원을 준비 중인 병원장들에게 저렴한 엔화를 대출받게 해주고 자사의 보험상품에 가입시키는 영업을 하면서 병원들의 엔화 대출이 급증했다"면서 "강남에서만 이런 식으로 대출받아 곤란을 겪는 병원이 100여 곳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엔화가치가 상승하면서 국내 일부 유명 피부과와 성형외과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급증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해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강남 아름다운나라 피부과·성형외과의 경우 최근 엔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명동 지점을 중심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30~40%가량 늘었다.

또 외국인 환자의 숫자만 증가한 게 아니라 외국인 환자의 씀씀이도 커졌다.

이 병원 분석에 따르면 보통 외국인 환자들이 병원에서 쓰는 비용은 우리 돈으로 평균 150만~200만원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엔고로 200만~250만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우리나라 돈으로 10만원 하는 크리스털 필링의 경우 지난해 환율이 800원일 때는 1만2천엔 정도 들었지만 지금은 엔화가치 상승 덕분에 6천~7천엔 정도만 내면 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씀씀이가 커진 것이다.

아름다운나라 명동점을 찾은 일본인 노리코(35·여) 씨는 "친구들과 함께 '미용관광'으로 한국 여행 계획했다"면서 "엔화에 대한 원화의 급락으로 비용 혜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고민이었던 기미, 잔주름, 사각턱, 쌍꺼풀 없이 작은 눈, 팔자 주름 등을 모두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올 초 1위엔 당 120원 하던 환율이 최근 200원 가까이 치솟으며 성형시술을 위해 방문하는 중국인이 크게 늘었다는 게 병원측의 설명이다.

이 병원 이상준 원장은 "원화 약세 영향으로 당분간 외국인 환자가 계속 증가할 것 같다"면서 "원화 약세로 내수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산업 전반이 힘들지만 일본이나 미국, 캐나다 등지의 해외환자들을 겨냥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편다면 의료 분야 경기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