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환율이 최근 다소 안정세를 찾으면서 현재는 100엔당 약 1,34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지난주(27일)엔 장중 1,600원을 돌파해 원엔고시환율 집계이후 사상 최고치인 1,546.09원을 기록했습니다.
8월초에 930원만 주면 100엔을 살수 있었던 때와 비교하면 40%에 가까운 엄청난 상승세입니다.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가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반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두 요인이 함께 가세하면서 원·엔 환율은 원·달러환율 상승폭보다 더 많이 올랐습니다.
왜 엔화 강세가 이렇게 두드러질까요?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대외 악재의 영향으로 원·엔 환율 상승세가 좀처럼 누그러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과 유럽발 금융위기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엔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엔화 가치가 너무 높아지니 걱정이 생깁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우 일본에 대한 부품 수입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대일 수입액의 65%가 부품소재를 도입하는데 쓰고 있습니다. 반도체, LCD, 제조장비 등 우리나라 수출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대일 적자도 커지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결국 엔고로 도입 단가가 높아지면서 가뜩이나 고질적인 문제인 대일 무역 적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지난해 대일 적자는 299달러, 올해는 9월까지 263억달러 적자를 내고 있는데 엔고가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상황의 실적이어서 연말까지 집계하면 대일 무역 적자가 약 400억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코트라(KOTRA)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보통 엔고현상이 되면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전자, 자동차, 가전 등 주력수출품목들이 전세계에서 일본제품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제품보다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런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수출 시장 자체가 위축되니 가격 효과를 충분히 누리기 어렵다는 겁니다.
LG경제 연구원의 송태정 연구위원은 이 현상을 "현재 우리나라 수출에는 환율에 의한 가격 요인보다는 수출시장의 수요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나봅니다.
환율 움직임에 따른 영향은 반드시 반대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한쪽 산업이 힘들면 다른 쪽 산업이 메꿔주는 논리가 그것입니다.
우선 여행업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엔화가 고평가돼있으면 우리나라에서 쓸수 있는 돈이 그만큼 많기 때문에 일본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합니다. 9월에만 작년동기보다 5% 늘어난 20만3천여명이 한국에 왔고, 10~12월동안 30%정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본여행업회(JATA)는 일본인의 한국방문이 9월에 8.7%, 10월에 10.4%, 11월에 12.5%, 12월에는 무려 68.3%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을 정돕니다. 호텔들도 빈방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고, 항공업계도 일본왕복편 증편에 나서고 있습니다.
백화점과 면세점, 명품아웃렛들도 엔화강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국내 불경기로 백화점의 매출이 저조한 가운데 일본 관광객들이 명품과 화장품 등 고가제품을 주로 구매하고 있어 매출에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롯데백화점의 10월 일본 관광객 매출이 9월보다 4배 이상 급증했고, 신세계첼시가 운영하고 있는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도 10월 일본 관광객이 작년 같은기간보다 85%나 늘었습니다.
국내 경기 위축, 내수 둔화 속에 고심하던 국내 여행사, 항공사, 호텔, 백화점 등 여러 업체들이 엔고를 불황 탈출의 기회로 삼고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대일 서비스 적자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對일본 서비스수지 적자액은 약 28억 달러로 전년의 18억 달러에 비해 53.1%나 증가했고 2년전인 2005년의 7억 달러보다는 3.9배로 급증하는 등 우리 경상수지에 상당한 부담이 돼왔습니다.
자신들의 화폐가치가 높아져서 한국에 오면 가만히 있어도 돈을 버는 셈이 되는 일본인들이 다소 얄밉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백화점 일대를 누비며 맘껏 쇼핑을 즐기며 더 많이 돈을 써주고 가는 것이 우리 경제에는 보탬이 되는 길이기에 조금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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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식경제부와 산업계를 취재하는 정호선 기자는 1997년에 경제지 기자로 시작해 2005년에 SBS에 입사했습니다. 좌우명인 '긍정의 힘'과 함께 오랜 경제분야 취재경험으로 차분하고 정돈된 기사로 활약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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