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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스와프, 9회말 역전 홈런?

송욱

입력 : 2008.10.30 17:49|수정 : 2008.11.12 14:08


어제 저녁 갑자기 경제부가 바빠졌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FRB가 오늘(30일) 새벽 한국과 '통화 스왑' 협정을 체결할지 말지 결정할 예정이고, 체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빅 뉴스'였습니다.

'이 놈의 금융위기'가 어디까지 갈지 모르다 보니, 적지 않은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통 크게 쓰지 못하는 우리나라에게 '통화 스왑'은 단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원화와 우리 경제를 믿고 돈을 빌려준다는 얘기다보니, 제2의 IMF가 한국에 온다는 외신들이나 우리 경제가 걱정된다며 돈을 빌려주지 않고 돈을 빼가는 해외 투자자들의 생각도 돌려 놓을 수 있겠죠. 그러다보니 방송사들 모두 메인 뉴스에서 주요 소식으로 다뤘고, 인터넷 매체와 신문들도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바람대로, 오늘 새벽 FRB가 한국은행과 협정을 체결하기로 했고, 거래규모는 같이 협정을 체결한 브라질 등 4개 나라와 똑같이 3백억 달러로 정해졌습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아침 6시 반부터 기자회견을 열어 "외환시장이 안정될 것이다" 확언했습니다.

좀 더 두고는 봐야겠지만 오늘은, 이 총재의 말처럼 현재 원-달러 환율은 폭락했고 주식은 환율 리스크가 없어졌다는 기쁨에 미친듯이 치솟았습니다.(10%를 넘어서 거침없이 올라가기도 했는데 상승장에서는 사이드카는 있어도 서킷 브레이커가 없다는군요.)

미국은 뭐가 아쉬어서?

사실 처음부터 미국이 통화스왑을 해준다고 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조르기도 했지만, 자기들 계산기를 두들겨 보니 우리나라를 비롯해 브라질 등 괜찮다는 이머징 국가들이 넘어지는게 자기들 손해란 결론이 났기 때문입니다.

오늘 연준의 발표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요. 

"한국,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이 4개국은 규모가 크고 세계 경제시스템에 중요하다. (four large and systemically imoprtant economies)"

경제 규모가 마켓이다 보니 만약 이들 국가들이 무너지면 그 국가의 내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미국의 수출도 줄어들게 됩니다. 또 투자금 회수나 금융시장 안정에도 악영향입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협상을 할 때 우리나라가 힘들어지면 미국 국채 내다팔 수밖에 없다며 협박했답니다.(물론 미국이 아니라 IMF가 내겠지만) 이들 국가들이 무너졌을 때 드는 비용은 지금 단기간 빌려 주는 돈보다 몇배가 된다는 점도 부담으로 느꼈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에 하나... "아찔"

결국 체결이 됐으니 궂이 생각할 일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지만, 만약 이번 협상 체결에 우리나라가 빠졌다면 어땠을까요? 아니면 다른 나라들보다 거래 규모가 적었다면 어땠을까요? (아예 체결 협정 사실이라는 자체를 몰랐다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정부는 이 내용을 언론에 흘렸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했습니다.)

해외투자자들은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에 우리나라 돈 빌려주기를 더 기피하고 국내 경제주체들도 심리적인 공황에 더 깊게 빠져들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악화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에 정말 무거운 짐을 지우는 꼴이었겠죠.

체결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만의 하나라도 리스트에서 빠질 가능성과 그에 대한 여파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간단하게 내뱉을 말이 아니었던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계속 신중하지 못한 발언과 행동에 고생해 왔는데,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인지...

"폭풍 치는데 우산 하나 받아온 것"

이번 통화 스왑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안보가 미국 핵우산의 보호를 받는 것처럼 한국의 외환시장이 미국의 '달러 우산' 체제에 편입됐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달러 우산'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우리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최악의 상황은 빗겨가지 않았나라는 안도감도 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게 우리나라를 경제 위기에서 빠져나오게 만들 만병통치약이 될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그건 아닙니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그렇지만 간신히 땡겨온 단기 급전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다른 여건들도 받쳐줘야 합니다. 아직 금융위기는 진행형이고, 경기침체라는 더 큰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왑 규모가 작아 우리나라의 외환 위치를 개선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요, "전 세계적으로 폭풍이 몰아치는데 우산 하나 더 받아온 것과 비슷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우산 하나 더 받아 조금 덜 적겠지만 폭풍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들떠할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늘 환율과 주가 움직임도 정확히 얘기하자면 그동안 우리 증시나 환율 모두 '과하게' 평가 절하된 측면이 있다보니 불안감이 누그러진만큼만 제자리를 회복해 가는 과정으로 봐야될 것 같습니다.

9회말 역전 홈런?

한숨 정도만 돌리게 하는 것인지, 외환시장의 혼란을 끝내게 할런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이번 작품의 성과는 작지 않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오늘 아침 한국은행 기자회견에서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서 "계약 체결과정에서 한은도 많은 노력을 했으나 정부도 나름대로 미국 정부와 접촉하면서 노력을 했다"면서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따로 전화를 한 것도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와는 별도로 한국은행이 막후교섭을 통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은근히 비쳤고 기획재정부도 강만수 장관이 IMF연차총회와 G20정상회의 등에서 신흥국과의 통화스왑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퇴론에 압박받던 강장관이 이번 일로 확실한 입지를 다지지 않겠느냐란 말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그동안의 정책 혼선과 미숙한 대처능력이 모두 용서가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해외발 위기라지만, 우리 경제팀의 대처 미숙과 불협 화음, 그리고 실기는 정부가 아무리 정책을 내놓았도 시장이 불신하게 만들었고 이는 결국,, 우리나라의 경제를 더 크게 흔들리게 만들었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로 모두 '반까이(만회)'가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청와대와 경제팀 스스로도 모를리 없을텐데,, 과연 앞으로 경제팀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편집자주] 보도국 경제부의 '욱사마'로 불리는 미남 기자.  증권을 담당하는 송욱 기자는 현재 아침뉴스 '출발 모닝와이드'에서 경제뉴스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오랜 금융분야 출입 경험으로 신중하면서도 합리적인 분석과 함께 쏠쏠한 경제 정보를 전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