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시각장애인만 안마사로 규정한 의료법에 대해 2년 전 결정을 뒤집고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보다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더 부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직업을 갖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의 특성상 사실상 유일한 생존 터전을 지켜주는 게 법과 정부 제도의 역할이라고 본 것이다.
앞서 2006년 5월 헌재는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을 인정한 복지부 시행규칙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으나 불과 넉 달 뒤 국회는 시각장애인만 안마사로 일할 수 있도록 의료법 자체를 개정했다. 헌재의 체면은 크게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헌법적 해석에선 시각장애인의 독점적 안마사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반면 현행 법률은 시각장애인만 안마사로 보는 '모순된' 상황이 2년 여간 이어져 왔다. 헌재로선 나름대로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이처럼 의료법이 개정된 이후 자유업종인 마사지사와 피부미용사들은 헌재의 결정을 근거로 의료법 재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의료법 개정안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 소원도 다시 냈다.
시각장애인과 안마사들은 올해 들어 헌재의 결정 시기가 가까워 오면서 서로 대립의 수위를 높였고 외부로 각자의 입장을 알리느라 분주했다. 특히 생존권이 걸린 시각장애인들은 교각 농성과 자살 기도 등을 포함한 극단적 시위로 절박함을 호소해 왔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의료법 개정안이 법적 명분을 완벽하게 확보함에 따라 시각장애인들은 안마사 자격 독점을 굳히게 됐지만 마사지사와 피부미용사 등은 안마업 진입이 원천 봉쇄돼 반발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헌재 결정에 대해 환영 성명을 내고 "헌재의 판결이 명백하게 내려진 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내세우며 시각장애인의 생계를 위협해 온 무자격 안마행위자들의 불법 영업을 더욱 엄격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에서 '의료적 안마'와 마사지의 경계가 모호한 만큼 마사지 업소에서 이뤄지는 유사 안마 행위를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계 당국도 신고만 하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마사지 업소 등에서 이뤄지는 기술적 행위를 단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의료적 안마와 마사지를 법적으로 구분해 단속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마사지 업소 등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나갈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