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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소매치기 할머니의 기막힌 '이중행각'

입력 : 2008.10.30 14:18

'조○○·김△△' 1인 2역에 수사당국도 '깜박'


이중호적을 이용해 47년간 절도 행각을 벌여온 60대 할머니가 일본인 관광객들의 호주머니를 털다 또다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30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남대문시장 일대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의 가방에서 엔화 등을 털다 구속된 조모(64·여) 씨는 이 일대에서는 꽤 유명한 절도범이다.

조씨가 소매치기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47년 전인 17살 때의 일.

경찰은 "1960년대는 누구나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며 "특히 조씨가 고아였던 점을 고려할 때 생존을 위해 선택한 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후 조씨는 남대문 일대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소매치기 범행을 벌이다 경찰서를 밥 먹듯이 드나들어야 했다.

특히 얼굴이 이 일대에 널리 알려져 더는 범행이 어려워지자 1990년 말 거의 10년 가까이 일본에서 '원정 소매치기'를 벌이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추방당하기도 했다.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조씨의 이름 뒤에는 수감생활 30년, 절도전과 30범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 새겨졌다.

그런데 조씨를 주기적으로 맞닥뜨려온 경찰은 조씨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조씨가 어떤 때는 조○○로, 또 어떤 경우는 김△△로 이름을 댔던 것. 두 이름의 나이는 같았지만 생일도 다르고 주민번호도 완전히 달랐다.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조씨를 추궁하는 한편 관련 수사기록을 확인한 결과 조씨가 두 개의 전혀 다른 호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실 조○○라는 이름은 조씨의 고아 시절 이름이다. 조씨는 어머니를 찾은 뒤 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됐고 본 호적에도 김△△로 올라가게 됐다.

문제는 행정기관이 조○○로 된 기존 호적을 '실수'로 말소하지 않은 것.

조씨가 자신의 '이중호적'에 대해 알게 된 시점이 언제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십 차례 교도소를 드나들면서 형을 적게 살 목적으로 '이중호적'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범행 초창기 경찰 조사과정에서 항상 고아시절 이름인 조○○를 사용했지만 점점 전과가 쌓이게 되자 주기적으로 김△△라는 본명을 댔던 것.

주로 집행유예 기간 중 새로운 절도범죄를 저질러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위기에 처하게 되면 김△△라는 본명을 이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수사 당국은 김△△라는 이름이 분명 호적 상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씨가 아닌 김△△씨를 처벌할 수 밖에 없었다.

조씨의 전과기록은 조○○라는 이름으로 24범, 김△△라는 본명으로 6범이 기록돼 있다.

경찰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우리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당시 조씨의 호적을 관리한 행정기관의 실수로 빚어진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씨가 처벌을 적게 받거나 면할 목적으로 '1인 2역' 행각을 벌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경찰은 "구속된 조씨가 최근 범행 사실과 공범 관계 등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혐의가 인정될 경우 또다시 적지 않은 기간을 감옥에서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