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재력가 할머니의 부동산을 관리하던 부동산업자가 돈을 빼돌린 사실이 할머니가 사망한 뒤 들통 나는 바람에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수원지검 형사3부(김홍우 부장검사)는 29일 이모(여.2006년 사망 당시 83세)씨의 부동산 매매를 주선하는 과정에서 매매대금을 실제보다 부풀려 차액을 챙긴 혐의(사기)로 조모(48)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부동산 컨설팅업자 조씨는 이씨의 의뢰로 2005년 용인시 구성읍 임야 7천㎡를 매입하면서 7억원에 사기로 땅주인과 합의해놓고 이씨에게는 10억원이라고 속여 차액 3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수백억원대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이씨가 2006년 사망하고 이듬해 재산 상속자인 이씨의 장남 박모씨가 조씨를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소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조씨는 2004년 무렵 이씨의 부동산 사기피해 사건을 해결해 주면서 이씨의 신임을 얻었고 이후 이씨의 부동산을 사고 파는 일을 도맡아 처리했다.
그러나 이씨가 숨진 뒤 "조씨의 소개로 이씨와 거래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이씨의 인감증명이 첨부된 계약서와 차용증을 제시하며 장남 박씨에게 지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채권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씨가 물려준 재산을 가압류하고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수상한 계좌거래 내역을 발견한 박씨는 지난해 8월 "모친을 속여 부동산 대금을 빼돌리고 모친 사망 전 발급받은 인감증명으로 차용증 등을 위조해 채무변제를 요구하고 있다. 피해액이 5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며 조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은 2개 경찰서에서 수사했으나 증거를 찾지 못해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 8월 사건을 맡은 검찰은 2차례에 걸친 계좌추적 끝에 이씨가 2005년 용인시 임야를 매입할 당시 발행한 수표 10억원 중 일부가 조씨에게 흘러 들어간 사실을 포착했다.
조씨는 이 돈을 "이씨에게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검찰은 당시 이씨 수첩에 기록된 임야계약 및 대금결제 내용이 계좌 입출금내역과 정확히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하는 한편 임야를 7억원에 팔았다는 매도인의 진술까지 확보해 조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그러나 3억원 사기 혐의 이외에 차용증 위조, 또 다른 토지 매도매금 횡령 등 고소인이 주장하는 의혹에 대해서는 혐의를 입증할 중거를 찾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살아 있었다면 더 많은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사망한 상태여서 자칫 묻혀버릴 수 있었던 범행의 일부나마 밝혀낸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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