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내수가 상당히 빨리 둔화하고 있다"면서 "수출은 잘 돼 왔으나 큰 나라들의 경제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수출이 계속 잘 될 것으로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환율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은 한국의 금리 수준, 다른 국가와의 금리차보다는 오히려 자금을 공여했던 쪽이 얼마나 빨리 자금을 회수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외환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다음은 이 총재와 문답.
-- 은행채 매입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 국공채가 아닌 증권을 대상으로 하는 환매조건부 방식의 유동성 공급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5조~10조 원 정도를 염두에 두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분할해서 집행하겠다.
-- 그동안 신중한 입장이었는데 금리를 전격 인하한 배경은.
▲ 전 세계적으로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데도 상황이 상당히 안 좋아지고 있다. 특히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에 상황이 더욱 나빠진 것 같다.
그전까지만 해도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환율은 불안했지만 신용경색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근래 와서는 부분적인 신용경색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기준금리는 내렸는데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리는 일부 올라가는 현상도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활동이 상당히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고용 증가 규모가 약 11만 명으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가계나 중소기업의 상환부담이 커지게 된다.
그런 점들을 볼 때 한은이 조금 더 확실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고 그런 태도를 시장에 전달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 내수가 상당히 빨리 둔화하고 있다. 수출은 지금까지는 잘 돼 왔으나 큰 나라들의 경제가 빨리 둔화할 걸로 예상하는 상황에서는 수출도 계속 잘 될 것으로 자신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금융시장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중앙은행이 그런 쪽에 더 위험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쪽에 관심을 두는 자세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다.
-- 한은이 소극적으로 늑장 대응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 돈을 관리하는 사람(한국은행)의 입장과 돈을 쓰는 사람의 입장은 다르다. 돈을 관리하는 사람은 항상 내가 얼마나 여유를 가졌는지를 의식하면서 거기에 맞춰 행보할 수밖에 없다.
나라 마다도 처한 사정이 조금씩 다르다. 선진국은 주요 은행들이 부실해져서 국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반 국유화하는 대응을 했지만 우리나라 은행들도 예금도 받고 대출도 하고 있다.
은행채가 만기가 많이 돌아오면서 부분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몇몇 나라들처럼 금융시장이 전혀 안돌아가는 상황은 아니다. 우리 형편에 맞게 행동하면 되고 똑같이 행동하는 게 최적은 아니지 않느냐.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은 한정된 자원을 갖고 공급하고 관리하는 입장이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 환율이나 물가에 미칠 부작용은.
▲ 기준금리가 많이 내려가더라도 현재 자본의 움직임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우선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상당 폭 내리고 있고 최근 자본의 움직임에는 금리보다는 더 큰 다른 요소들이 영향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국제금융에서 전체적으로 유동성이 줄어드는 외부조건이 더 큰 영향을 주고 있기에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은 상당히 작다.
한마디로 지금 환율 상황은 금리 수준이 외자의 유출입에 큰 영향을 주는 상황이 지났다. 한국의 금리 수준, 다른 국가와의 금리차보다는 오히려 자금을 공여했던 쪽이 얼마나 빨리 자금을 회수하느냐에 달려있다.
물가 역시 내수가 약하고 원자재 가격이 급속히 내려가고 있어 그 압력이 상당히 많이 줄었다. 환율이 많이 올라 불안요소가 있지만 길게 보면 물가 쪽에서도 금리를 인하할 수 있고 해야 되는 상황이다.
-- 앞으로 환율의 방향성은.
▲ 과거 우리나라 주식과 채권에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투자했기에 그런 것이 우리나라 환율에 영향을 많이 주고 있는데 향후 어떻게 움직일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환율이 너무 많이 오르면 수입업체들의 채산성이 나빠지고 일반 가계에서도 부담이 커지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앞으로도 환율 방향에 대해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환율이 크게 움직이는 원인,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잘 논의하면서 대응하겠다.
그동안 정부와 한은이 외화대출이나 스와프시장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외화자금을 공급하는 것도 있고 환율 변동이 심할 때 스무딩 오퍼레이팅(미세조정)도 하는데 앞으로도 그런 노력을 계속할 생각이다.
-- 은행채 매입 방침의 배경은.
▲ 지금은 은행채가 관심이지만 자금이라는 것은 여기저기 왔다갔다하는 것이다. 규정을 정비할 때에는 미리 사전 준비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다른 특수채까지도 대상에 넣었다.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의 막힌 곳이 풀리도록 하는 목적이다. 은행이 대출을 하듯이 중앙은행이 돈을 대줘서 영업자금으로 쓰도록 하는 것과는 다르다.
지난번 국회에서 답변한 것과 이번 결정은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당시 발언은 한은이 공개대상에 은행채를 추가하면 앞으로 한은이 은행채를 모두 소화하는 것으로 오해를 막기 위해 답변드린 것이다.
지금은 은행채를 팔려는 사람이 있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어 금리가 올라가고 새로 발행하는 것도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금을 공급해 은행채 시장에 물꼬를 터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매입하지 않고 중앙은행이 다 매입하는 것과는 다르다. 미국에서는 극단적으로 기업이나 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기업어음(CP)을 직접 매입하고 있지만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 기업어음이나 회사채도 매입 요구가 있을 텐데.
▲ 어딘가를 풀어주면 그것이 계기가 돼 전체 금융시장이 선순환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지 은행채 시장에만 도움을 주는 조치가 아니다. 은행채에 도움을 주면 다른 시장에도 영향을 주는게 금융시장 생리이다.
-- 오늘 지급준비율 인하도 논의했나.
▲ 전혀 없었다. 최근에 한은이 지준율 문제를 논의하거나 검토한 적은 없다.
-- 글로벌 금융시장의 어려움은 언제쯤 끝나겠나.
▲ 지금 와서는 과거에 많은 이들이 전망했던 것들이 대체로 틀리게 됐다. 지금 와서 '언제 끝난다' 고 말하기 어렵다.
-- 다음 달 국제회의에서는 어떤 논의가 예상되나.
▲ 국제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결의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 서로 인식을 공유하거나 이해하는 데에는 상당히 효과가 있다. 거기에서 상황 인식이 비슷해지면 그 회의 밖에서 서로 가까운 나라끼리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비슷한 조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강조되는 것은 어떤 한 나라의 결정이 이웃나라에도 크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연결돼 있다는 점들을 잘 고려하면서 서로가 피해를 안 주는, 도움이 되는 정책을 쓰자는 게 국제공조의 큰 흐름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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