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증권사 이모 차장(36)은 2006년 12월 연 15%의 수익을 돌려주는 주가연계펀드(ELF)에 2천만원을 투자했다 76%의 손실을 본 상태다.
2년 만기가 끝나는 한 달 뒤 주가가 현 수준에 머문다 해도 건질 수 있는 돈은 고작 485만원.
"15%의 기대수익률에 대한 대가치고는 너무 가혹하다"는 게 이 차장의 얘기다.
얼마 전까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며 약세장의 투자 대안으로 인기를 끌던 ELF마저 투자자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것이다.
이 차장이 가입한 상품은 가장 흔한 '조기상환형 투스탁형' ELF로, 2년 동안 기초자산인 하이닉스와 SK텔레콤의 주가가 4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연 15%의 수익을 보장하고, 가입 후 6개월마다 돌아오는 4차례의 중간평가일에 두 종목 주가가 각각 가입 시 기준가격의 90%, 85%, 80%, 75% 수준만 유지하면 15% 수익률로 조기상환되는 구조다.
두 종목 중 하나라도 주가가 40% 이상 하락한 적이 있고 만기까지 낙폭을 25% 이내로 줄이지 못하면 만기시 주가 하락률이 최종 수익률로 확정된다.
이 차장의 경우 가입 시 3만6천450원이었던 하이닉스의 주가가 24일 현재 8천850원으로 75.72% 폭락한 상태다. 이 차장은 2년 동안 조기상환 기회를 모두 놓쳤고, 남은 한 달 동안 낙폭이 25% 이내로 줄길 바랄 수도 없다.
그는 "차라리 주식형펀드에 가입했더라면 환매하지 않고 버티기라도 할 텐데 ELF는 만기시 상환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26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운용 중인 설정기간 1개월 이상 공모형 ELF 1천111개 중 24일 현재 설정 후 수익률이 -50% 이하는 561개로 전체의 50.5%, -40% 이하는 760개는 68.4%에 달한다.
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펀드인 ELF는 통상 기초자산 가격이 40% 이상 하락하면 원금손실이 발생한다는 걸 고려할 때, 이들 중 상당수가 원금손실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ELF 편입분을 포함한 ELS 미상환 잔고는 9월 말 현재 26조원 규모로 공·사모를 합쳐 5천500개가 운용되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만 20조2천억원, 4천600개 이상의 ELS가 쏟아졌다.
연초부터 증시 부진이 지속하자, 주가가 일정 수준만 유지하면 원금과 함께 정기예금의 2배나 되는 이자를 지급받는 ELS나 ELF가 수익성에 안정성까지 보장받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주가 낙폭이 커지면서 원금손실 구간으로 추락한 ELS나 ELF가 속출하고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출시된 ELS 중 70% 정도가 녹인(Knock-In, 원금보장 구간이탈)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파생상품시장팀 관계자는 "지난주 주가 폭락으로 녹인된 ELS가 더욱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기일 원금보장을 받으려면 하락률을 20~30% 이내 줄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