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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허술한 수사로 뺑소니범 몰릴 뻔

입력 : 2008.10.23 14:43

광주지검, 피해자들 거짓말 들통나자 뒤늦게 기소


피해자의 진술만 믿은 검·경의 '몰아세우기'식 수사로 단순 음주운전 사범이 뺑소니범으로 몰릴 뻔하다 1년여만에 무고함이 밝혀졌다.

검찰은 항소심에서까지 패하자 피해자들이 합의금을 노리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해 온 사실을 뒤늦게 인정하고 이들을 처벌키로 했다.

23일 광주지법과 광주지검에 따르면 전남 목포시에 사는 김모(43)씨는 지난해 5월 음주운전을 하다 한 병원에 주차된 문모(34)씨의 승용차와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다.

마침 근처에서 문씨와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던 문씨의 친구 박모(33)씨는 이 장면을 보고 '사고를 미끼로 합의금을 뜯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문씨 차를 대신 주차하고 있었는데 김씨가 사고를 내고 도망쳤다"며 김씨를 뺑소니로 경찰에 고소했다. 문씨도 입을 맞춰 박씨를 거들었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문씨의 부탁으로 박씨가 병원에 차를 가져와 대신 주차했다", "박씨가 병원으로 문씨를 찾아와 잘못 주차된 차를 보고 다시 주차했다", "상해 진단서는 경찰관이 대신 발급받았다"는 등 여러 차례 진술을 뒤집으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주장을 폈다.

"사고 당시 차는 이미 주차돼 있었고,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못 봤다. 오히려 박씨와 문씨는 주변에 서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는 목격자도 있었지만 검찰은 박씨 등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김씨를 뺑소니범으로 몰았다.

검찰의 허술한 수사는 법원에서 무너졌다.

원심 재판부는 "검찰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박씨와 문씨의 진술만 증거로 제출해 범죄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며 뺑소니 부분에 무죄를 선고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이유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뒤늦게 박씨 등에 대한 수사를 벌여 이들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씨 부인에게 합의금을 내놓으라며 윽박질렀던 정황 등을 포착해 모해위증, 무고,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광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