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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피해자 도장 주인을 찾습니다"

입력 : 2008.10.21 18:12

경남대박물관, 산청 외공리 민간인 유해매장지 발굴보고


"집단학살된 피해자의 바지 속에 소중히 간직돼 있던 도장 주인을 찾습니다."

경남대박물관이 21일 오후 경남 마산시 월영동 경남대 한마미래관 시청각실에서 가진 '산청군 외공리 민간인 유해 매장지 발굴보고'에서는 글자체가 선명한 도장 한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낡은 도장에는 '李柄濟'(이병제)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고 지금 인주에 찍어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또렷한 글자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도장은 한국전쟁 때 민간인 집단희생 유해발굴 지역인 경남 산청군 외공리 소정골 유해발굴작업 도중 6호 매장지에서 발견됐다.

따라서 도장에 새겨진 이름은 그동안 발굴이 진행돼 공개됐던 1~5호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또 다른 학살 피해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도장을 간직했던 학살 피해자는 키 160㎝ 전후의 남성으로 머리에 총을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대박물관 이상길 교수는 "도장은 본인이 직접 소중하게 관리하는 만큼 '이병제'라는 사람은 당시 학살 피해자와 동일하다고 봐야 한다"며 "이름을 확인한 만큼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당시 이 학살 피해자의 신원을 찾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5호 매장지에서는 영문으로 'sungill'이라고 새겨진 구두주먹이 발견돼 희생자의 이름이 성일,선길, 순길 등으로 추정될만한 단서들이 나오기도 했다.

박물관측이 최근 지역민들의 증언으로 발굴한 6호 매장지를 포함해 현재까지 1~6호 매장지에서 발굴한 집단학살 피해자들의 유해는 모두 276구.

현재까지 발굴된 유품 중 仁商(인천상업고등학교, 현 인천고등학교), 仁中(인천중학교), 京農(경성농업학교, 현 서울시립대학교), 崇中(숭실중학교) 등의 이름이 적힌 교복과 제복 단추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학살된 민간인들은 서울과 경기, 인천을 포함한 서해안 지역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

이 교수는 "외공리 소정골에서 학살된 유해 중에는 여성과 어린아이, 학생들이 다수 있었던 점을 미뤄 볼 때 죄수가 아닌 분명히 순수 민간인의 억울한 피해자들"이라며 "이제 외공리에서 은밀하게 이뤄졌던 학살 가해자와 피해자를 밝히는 진실규명 작업이 남았다"고 말했다.

유해발굴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한국전쟁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조사와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국 4개 지점에서 실시해 오고 있다.

한편 '산청군 외공리사건'은 1951년 2~3월 장갑차를 앞세우고 트럭 3대에 나눠탄 군인들이 11대의 버스를 태워 온 민간인들을 산청군 시천면 외공리 소정골에서 총살하고 6곳의 구덩이에 매장한 사건이며 2000년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150여구가 발굴된 바 있다.

(마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