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강남구 논현동 고시원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사건은 경제 침체가 계속되면서 생활고를 겪고 있던 30대 청년의 비뚤어진 분노가 폭발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세상이 나를 무시해 살기 싫었고 고시원비와 휴대전화 요금 등을 내지 못하는 처지가 한탄스러워 범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묻지마 살인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극심한 장기불황에 허덕이던 일본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만큼 불황이 계속되면서 경제 사슬의 하층에 있어 가장 큰 무게를 느끼는 젊은 일용직과 실직자들의 사회에 대한 반목과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1년간 발생한 묻지마 살인의 주요 용의자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30대의 실직자나 무직자가 많았다.
이번 논현동 고시원 살해 사건 용의자는 31세의 정모 씨로, 2002년 8월 경남 합천에서 상경해 경기도 지역의 식당 종업원이나 주차요원 등을 전전하며 생활고를 겪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지난 8월15일 홍제동 모 초등학교 앞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용의자는 25세의 김모 씨였고 앞서 7월22일 강원도 동해시청에서 일어난 공무원 살해 사건의 범인은 37세의 남모 씨였다.
또 4월26일 강원도 양구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 사건이나 2006년 3월 발생한 봉천동 세자녀 살인사건도 변변한 직장을 못 구하거나 결혼도 못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30대 남성들이 범인이었다.
이들은 모두 경찰에서 실직이나 이혼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비관하면서 "세상 살기가 싫어서 아무런 이유 없이 누군가를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평소 자기조절 능력이 약한 사람들이 사회와 자기 자신에 누적된 불만이 폭발해 '화풀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이런 문제는 정신 장애 등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경제 불황 등 사회 전체적 분위기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유범희 성균관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사회적 긴장도가 높아지거나 불경기, 실업자 증가 등 사회적 아노미(혼돈) 상태에 처하면 화풀이 차원의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고시원 살해 사건은 2003년 대구 지하철방화사건과 동해시청 여자 공무원 살해사건 등과 같이 사회에 대한 분노를 가까운 사람들에게 대신 표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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