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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사기 대열전

한승환

입력 : 2008.10.20 11:41|수정 : 2008.10.20 16:08

사채, 알고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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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사채의 나라, 인가봅니다. 일 복이 많은 건지, 출입처가 바뀌자마자 지난 열흘동안 사채 관련 보도를 꽤 많이 했습니다. 수법은 어찌도 그리 다양한지…. 사건취재 나갈 때마다 매번 그 신기하고도 황당한 사기수법에 놀라곤 합니다.

지난 며칠동안 제가 취재했던 황당한 사채 관련 범죄들을 묶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뻔히 사기라는 걸 알 수 있지만, 절박한 사정에 있는 분들에게 그런 냉정함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죠. 절대, 이런 사기의 피해자가 되시지 않기를….

## 1. 일본 자금으로 고리 사채

총 매출액으로 따졌을 때, 780억원. 지금까지 경찰에 붙잡힌 무등록대부업체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일본 돈으로 '고리사채'…연이자 500%도 훌쩍   기사 전문보기) 수법은 이렇습니다. 일단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아무 업체에나 무작위로 전화를 겁니다. '혹시 돈 필요하신지' 하면서 말이죠. 언제, 누구와,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는지 장부에 적어가며 치밀하게 관리를 했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거절하지만, 그 중 몇몇 업체들은 돈을 빌리겠다고 답을 했던 것이지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한 중소기업체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들은 교묘하게 이용했습니다. 처음에 전화로 광고할 때에는 무담보 신용대출이라며 솔깃하게 만들고는, 실제로 돈을 빌려줄 때에는 선이자 10% 를 떼고, 10-15일 단위로 하루 1% 씩 이자를 받아냈습니다. 복리로 계산하면 연이자로는 580% 에 육박합니다. 법정 최고이자율이 49%, 결코 적지 않은 비율인데요, 580% 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입니다. 실제로 제가 만났던 한 난방설비업체 사장님은 520만원을 빌리고는 1주일만에 80만원을 이자로 내야만 했다고 합니다.

돈을 못 갚는 사람들에겐 어떻게 했을까요. 고전적인 윽박지르기 류의 채권 추심행위는 하지 않는 대신, 더 지능적인 방법으로 채무자들을 옭아맸습니다. 서로 다른 대부업체 세 개를 만들어놓고는, 다른 대출업체를 소개시켜주겠노라며 이른바 '돌려막기'를 권했던 겁니다. 돈 빌려준 사람에게는 어떤 이익이 있었냐고요? 이자가 있지 않습니까!! 선이자 10%, 하루에 1%. 원금은 열흘이면 금세 회수할 수 있는데요 뭘.

경찰에 붙잡힌 대부업체 사장은 한사코 부인했지만, 같은 업체에서 일했던 직원과 출입국 관리기록을 종합해봤을 때, 이들이 기업들에 빌려준 자금은 일본인이 댄 것이라고 합니다. 경찰은 이 일본인이 일본 폭력조직인 야쿠자와 관련 있을 것으로 보고 이 일본인의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이미 국내 유명 대부업체들의 자금원이 일본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법정 최고이자율이 연 20% 대인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더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래저래 안타까운 일입니다. 실제로 이들에게서 돈을 빌려 썼던 한 유명 유통업체는 부도가 나기도 했지만,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피해받은 사실조차 말을 꺼내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었습니다.

## 2. 합숙시켜가며 '불법 대출'

IMF 경제 위기 때 유행했던 노숙자 상대 대출 사기가 2008년에 부활했습니다. 인신매매의 형태를 띄고 말이죠. 역시 무작위로 범행 대상을 고릅니다. 집 근처에 산책나온 정신지체 장애인, 길에서 숙식하는 노숙자, 가리지 않고 데려옵니다. 단,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신용등급인지는 반드시 확인을 합니다.(☞ 노숙자·장애인 합숙까지 시켜가며 '불법 대출')

일종의 '아웃소싱'이었는데요, 범행대상을 물색해서 이들 일당에게 넘겨주는 또다른 조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조직원들은 범행 대상을 중개해주는 대신 한 사람당 백-2백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았습니다. 일단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은 범행 대상에서 제외하고, 등급은 되지만 개인 채무가 있는 경우에는 '수수료'에서 이 채무금액만큼을 제하고 받았다고 합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해주겠다며 사람들을 데려왔습니다. 고시원이나 주택가 반지하방, 또는 오피스텔을 빌려 '합숙소'를 운영하면서 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는데요, 사실 피해자들 가운데에는 추운 날 바깥에서 지내는 것보다 합숙소에서 지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용불량자가 돼버려 그야말로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말았던 겁니다.

이같은 사실상의 감금은 이들 일당이 피해자들 명의로 대출을 더이상 받을 수 없을 때까지 계속됩니다. 대출은 물론이고, 자동차를 할부로 구입해 되팔아버리는 일까지도 했었다고 경찰은 전합니다. 심지어 대출한도를 높이려고 합숙소에서 지내는 사람들끼리 서류상 혼인신고를 해버린다거나 유령 사업체를 등록해 사업자금 명목으로 대출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돈을 다 뜯어낸 뒤에는 피해자들에게 일이 잘 되지 못했다며 합숙소에서 내 보내고는 돈을 갚지 않는 수법으로 이득을 얻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자신의 명의가 도용됐고, 신용불량자가 돼 버렸다는 걸 알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 3. '신용등급 올려주겠다' 대출금 가로채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인터넷으로 대출 상담을 의뢰한 사람들에게 신용등급을 올려서 대출금액을 늘려주겠다며 접근했습니다. 아, 전 아직 어린 사슴이라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출 금액이 많아져봐야 그것도 어차피 빚인데. 신용등급을 사설 업체에서 무슨 수로 올려줄 수 있단 말입니까. 아니, 제가 순진한 탓인지도 모르죠. '어둠의 경로'로라도 돈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빌려야할 절박한 사정이 있을지.

각설하고, 애석하지만 신용등급을 올려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제1금융권에서는 대출을 받을 수 없는, 8-9 등급 정도의 신용등급을 가진 사람들을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도록 도와주는 건 여느 중개업체와 다를 바 없었는데요. 하지만 이들은 굳이 이들을 거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대출금액을 건네주면서 피해자들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10%를 떼어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모은 돈은 무려 11억 7천여만 원.

절대 그럴 일 없으면 좋겠지마는, 앞으로 또 어떤 황당한 사채업자들을 만나게 될까요. 리포트를 보다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이런 사채업자들에게 피해를 본 분들께 연락을 드리다보니, 한사코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습니다. 혹여라도 무슨 보복을 당하지는 않을까 두려워서 말이죠.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세상. 단지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흘려넘겨버리기엔 우리네 삶이 너무 돈만 추구하며 팍팍하게 변해버건 아닌지 되짚어볼 일입니다.

  [편집자주] 한승환 기자는 2007년 SBS에 입사해 이제 막 취재를 시작한 새내기 기자입니다. 호리호리 마른 인상이지만 누구보다 뜨겁게 취재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슴에 품고 오늘도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