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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에서 해군을 만나다

이민주

입력 : 2008.10.2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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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 둥지를 튼 이후 처음으로 그 유명한 수에즈 운하를 다녀왔습니다.

거의 지구 반바퀴를 돌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항에 입항한 우리 해군의 순항훈련함대를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 '위풍당당 최신예 대조영함대, 이집트에 입항' 기사 전문보기 )

이른 아침 대사관의 장광호 중령과 함께 카이로를 떠나 이스말리아라는 항구 도시에 도착해 소정의 수속을 마친 뒤 통통배를 타고 이동해 수에즈 남단에 도착한 대조영함에 올랐습니다.

순수 우리 기술로 건조된 5천5백톤급 구축함 <대조영함>은 전장 150미터에 폭이 17미터에 이르는 위풍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대조영함과 군수지원함 <천지함>에는 해사 졸업반 생도 120명과 해군 장병 500명 등 620명이 나뉘어 타고 있었습니다.


대조영함은 작전에 투입된 지 2년 밖에 안된 배 답게 매우 깨끗했고 약간의 진동도 느끼지 않을 만큼 미끈하게 수에즈 운하를 통과했습니다.

수에즈 운하는 좌우폭이 그다지 넓지 않기 때문에 선박간의 충돌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양방향 교차가 허용되지 않고 남에서 북으로 향하는 배들은 하루에  한 번,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선박들은 하루에 두 번, 호위함의 인도 아래 30척 가량씩 무리를 지어 통과한다고 합니다.


배들은 수에즈 운하 통과시마다 비용을 치러야 하는데 그 액수가 한 번에 수억원에 이를 정도로 높다고 합니다. 이집트는 수에즈 운하 통과료로만 한 해 60억달러, 우리 돈으로 7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워낙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요충이기 때문에 수에즈를 통과하지 않고 우회하는 시간과 비용이 더 드니 배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댓가를 치르면서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순항훈련함대 얘기로 돌아가자면, 순항훈련은 올해로 55년째 계속되고 있는데 임관을 앞둔 생도들에게 실무 적응능력을 키울 기회를 제공하고 아울러 순방국들과 우호,친선 관계를 도모하자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올해 항해기간 동안에는 이집트를 비롯해 모두 15개국 항구에 입항해 각 나라마다 3,4일 가량 머물며 태권도와 사물놀이, 군악대 연주, 의장대 시범 등을 현지인들과 관광객에게 선보이며 민간외교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순항훈련함대가 들어올 때마다 마치 연예인 위문공연단 방문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각국 한인회 중심으로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갖기도 했다는데 요즘은 먹고 살기 바쁜 탓인지, 아니면 동포 만나는 게 너무 흔한 일이 되어서인지 교민사회의 반응은 대체로 미지근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인간미가 넘치는' 이집트에서는 올해도 교민들과 학생 자녀 90명 가량이 (카이로로부터 자동차로 4시간이나 걸리는) 알렉산드리아항까지 나가 조촐한 환영행사를 가졌습니다.

순항훈련함대는 앞으로 유럽과 걸프, 동남아시아 해역을 거쳐 총 4개월, 15개국 , 4만5천 Km의 대장정을 마치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귀국하게 됩니다.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