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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매케인 후보, 대역전 가능할까

입력 : 2008.10.19 09:45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200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대권 도전을 선언했을 때 미국 공화당내에서 조차 그의 당선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70대 고령인데다 공화당의 보수이념과 상당히 거리를 두고 독자노선을 추구해온 성향 때문에 당내 지지층이 그렇게 두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미트 롬니 매사추세츠 전 주지사 등 전국적인 명성을 지닌 쟁쟁한 후보들의 도전을 물리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베트남전 영웅인 `오뚝이' 매케인은 이런 장애물을 훌쩍 뛰어넘고 공화당의 대선후보 티켓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된 매케인은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혈전을 벌이는 민주당 예비선거를 느긋하게 관전하는 입장이었지만, 민주당의 경선이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면서 다시 백악관행이 멀어지는 듯했다.

이에 9월초 공화당 전당대회 직전에 무명에 가까운 40대 여성 주지사인 `하키맘' 새라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는 승부수를 띄워 전세를 완전히 뒤집는 데 성공했다.

확실한 공화당의 표밭인 보수층과 백인 노동자계층의 표심을 다지면서 부동층만 잘 관리하면 백악관 입성에 성공할 수 있는 기대감이 고조되는 순간 매케인은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이 때문에 대선 투표일을 3주도 채 남겨두지 않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매케인은 6-7%포인트차로 오바마에게 뒤지는 형편이다.

5년간의 포로생활 끝에 베트남전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전쟁영웅,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진단을 받고도 완쾌돼 불굴의 투지로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인물. 이런 매케인이 지지율의 확연한 열세를 딛고 다시 대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선거는 개표가 시작되기 전까지 아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투표일까지 2주일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그 사이에 어떤 돌발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노릇이다. 오바마로서도 서프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로 비화할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형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매케인의 역전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과거 대선레이스에서 큰 폭의 지지율 격차를 뒤집고 막판 역전에 성공한 사례도 몇 차례 있었다.

1988년 공화당의 대선 후보였던 `아버지' 조지 부시는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 후보에게 7월 무렵 지지율에서 17%포인트나 뒤졌지만 이후 전세를 뒤집어 본선에서는 대승을 거뒀다.

2004년 재선에 나선 부시 현 대통령은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에게 한때 5% 이상 지지율 열세를 보였지만 판세를 뒤집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런 역전 사례들은 대선 투표일까지 적어도 2-3개월 이상의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투표일까지 2주일여밖에 남지 않은 매케인에게는 대역전의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매케인으로서는 오바마와의 지지율 격차를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남은 기간 가능한 한 접전양상으로 끌고 가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이른바 `스윙스테이트'에 전력을 모두 쏟아붓는 것 이외에 달리 대안은 없어 보인다.

2000년과 2004년 조지 부시 후보는 선거전략가 칼 로브의 지휘하에 보수와 진보를 극단적으로 갈라 놓는 양극화 전략으로 중부와 남부, 북동부의 공업지역 등의 선거인단을 탄탄히 확보, 전체 지지율에서 다소 밀리더라도 선거인단 집계에서 승리, 백악관에 입성했다. 이와 같은 전략으로 매케인도 대역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선거인단의 판세를 냉정히 따져보면 싸움은 훨씬 더 힘겨워 보인다.

9월중순까지만 해도 미국 지도를 펼쳐놓았을 때 선거인단 판세 지형도에서 전반적인 색조는 빨간색(공화)이 압도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청색(민주)에 크게 밀리는 형국이다.

매케인은 이달초 미시간에서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광고비와 선거운동원을 접전지역은 콜로라도와 펜실베이니아, 메인, 네바다 등으로 이동시켰다. 17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대형 주(州)인 미시간을 포기한 것은 뼈아픈 결정이지만 한정된 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매케인이 미시간을 포기한 후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공화당의 텃밭들이 하나둘씩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돌아서거나 박빙승부가 예상되는 스윙스테이트 명단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콜로라도는 이미 오바마의 품으로 들어갔으며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우세를 보인 공을 들인 펜실베이니아는 물론 플로리다와 버지니아, 오하이오 등도 민주당 우위로 넘어갔거나 힘겨운 승부가 예상되는 박빙 지역으로 변모했다.

최후의 보루라고 여겨온 텍사스에서도 오바마의 맹렬한 추격에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양상이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매케인이 위기 때마다 국면 반전을 위해 던진 승부수가 약이 아니라 독이 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무명의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이 무모한 결정이었으며 결과적으로 페일린은 매케인의 원군이 아니라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는 비판이 당내에서까지 제기되고 있다.

구제금융법의 의회 통과가 지연되자 매케인이 갑자기 TV토론 연기와 유세중단을 선언하고 워싱턴으로 달려갔지만 오히려 위기수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스타일만 구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바마를 위험스런 인물로 묘사하는 네거티브 광고도 별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인종문제를 건드리기에는 더더욱 위험스러워 보인다.

3차 TV토론에서는 `배관공 조'라는 인물을 내세워 오바마의 세금정책의 맹점을 몰아 세웠지만 배관공 조가 실제로는 배관기능 면허가 없고 개인소득세를 체납하는 등 문제가 많은 사람으로 드러나 또 한번의 헛발질이 아닌가하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와중에 한때 전국의 주요 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속속 오바마 지지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한때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되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오바마 지지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공화당내에서는 여론조사에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백인유권자들의 표심이 투표당일 매케인 지지로 쏠리면서 극적으로 역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믿었던 백인 부동층에서의 표심이 오바마쪽으로 급격히 쏠린다는 보도는 매케인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고 있다.

`오뚝이' 매케인은 유세중에 아직도 `승리(Victory)'라는 단어를 쓸 수 있어 행복하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패배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