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이 하도 어수선하다보니 이제까지 올린 글이 대부분 딱딱하고 무겁군요. 그래서 머리도 식힐 겸 조금 가벼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김도연 전 장관의 뜻밖의 조기 낙마로 갑자기 안병만 장관이 현재 교육과학부를 이끌고 있습니다. 오자마자 쏟아지는 교육 관련 현안들에다 국정감사까지 겹쳐서 여간 바빠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안 장관이 요즘 가장 고통받는 것이 무엇인줄 아십니까? 바로 '잠과의 전쟁'이라고 합니다. 대입 수험생도 아니고 웬 '잠' 타령이냐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요즘 안 장관은 과거 고3 시절보다 더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물론 국영수는 아니고요. 교육과학기술부의 각종 현안을 파악하는 일이죠. 특히 최근 국정감사다, 대통령 보고다 해서 당장 공부해야할 양은 방대하다 못해 끝이 보이지 않는데 적지 않은 나이로 학습 능력은 학창시절보다 떨어지니 어쩌겠습니까? 고3 때보다도 더 잠을 줄여가면서 공부를 하는 수 밖에요.
게다가 평생을 학자로, 교수로 지내다보니 이제까지의 생활 스타일은 밤늦게까지 책을 보거나 공부하다 느지막히 자고, 대신 아침 늦게 일어나는 것으로 굳어져 있었답니다. 그런데 장관의 아침 시간이 좀 바쁩니까? 각종 조찬 회동이다, 국무회의를 비롯한 가지가지 회의다 해서 매일 같이 새벽에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멀쩡하게 국내에서 생활하면서 시차적응을 못해 고생이라는군요.
여기서 한가지 퀴즈입니다. 안 장관이 요즘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어떤 타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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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올라탄 차의 옆자리에 따라 타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한참 부족한 잠을 차를 타고 이동하는 가운데 보충하기 때문에 차에서 잠시 쉬고 자는 맛이 꿀맛인데 물색 모르고 이 귀중한 시간을 방해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랍니다. 부하 간부들이나 산하 기관장들, 또는 방문한 기관의 관계자들은 장관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으니 이 기회에 자신을 알리겠다며, 또 혹시 장관이 심심할까봐 옆자리에 따라 타서는 가는 내내 이런저런 말을 하거나 시키면서 안 장관을 고문(?)한다는군요. 따라 타지마라고 내칠 수도 없고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라 할 수도 없으니 꼼짝 못하고 쏟아지는 졸음을 참으며 응대해야 한답니다.
안 장관이 이렇게 교과부 공부에 안달하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하는 보고가 쉽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안 장관은 지금까지 이 대통령에게 3번 단독 보고를 했답니다. 잘 알려진 대로 이 대통령은 주제를 잡아 요점만 명쾌하게 설명하면서도 세부 사항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 막힘 없이 술술 대답할 수 있는 보고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안 장관이 초기에는 이런 이명박식 보고 대신 강의식으로 기승전결 구조를 갖춰 느릿느릿 보고를 하다 지적을 많이 들었나봅니다. 2번의 보고를 그렇게 망치고 난 뒤 최근 3번째 대통령 보고를 할 일이 있었은데, 교과부 참모들이 옆에서 보기에도 눈물이 날 만큼 준비에 준비를 했다는군요. 그래서 그날은 별 다른 지적 사항도 없었고 오히려 약간의 칭찬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안 장관은 그날 하루 종일 정말 어린아이 같이 좋아하며 연신 '싱글벙글'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장관이라는 자리가 겉에서 보면 멋있고 대우 받는 것 같지만 실상 그만큼 고생하는 일도 없습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에서 끊임없는 지적과 질책을 받고, 언론은 눈을 부릅뜨고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잘못이 없나 따지고 있죠. 그러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끝없는 회의와 만남, 결재와 보고로 단 몇분의 휴식 시간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서로 장관을 하려는 것은 무슨 일신의 영화를 바래서가 아니라 뭔가 우리나라와 민족을 위해 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의지 때문인 것으로 믿습니다. 그런 의지와 노력과 수고가 도로가 되지 않도록 항상 진정 옳은 일이 무엇일까, 우리 국민이 바라는 일이 무엇이고 어떤 정책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줄지 고민하고 사심없이 추구할 수 있기를 안 장관에게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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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도국의 신사'로 불리는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 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의 교육담당 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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