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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너머엔 고구려는 없고 발해만?

입력 : 2008.10.16 17:57

고구려 전통 발해로 계승돼 연해주로 퍼져


각종 역사부도나 역사 개설서에 실린 전성기 고구려나 발해 영토 지도에는 미묘한 공통점이 있다. 유독 동북쪽 경계선만큼은 표시가 되지 않거나 아예 지도 중간에서 잘린 채 수록되기 일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것을 짐작할 만한 문헌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고구려와 발해 전성시대 동북방 경계에서 아주 다른 점은 발해시대 동북방 경계가 고구려의 그것에 비해 훨씬 넓어져 지금의 러시아 연해주 일대까지 포함한 것으로 그려진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북한에서는 아무르강 하류 유역까지 광대한 영역을 발해 경계로 넣기도 한다.

문헌기록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뚜렷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연해주 전체, 혹은 일부 지역을 고구려와 발해 영역으로 설정하는 것은 학문적인 자세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문헌기록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고고학이 구세주로 등장했다.

연해주 지역은 아직 고고학 조사가 활발한 편은 아니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비약적으로 조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미궁에 빠져있던 고구려, 발해사와 관련한 미스터리도 서서히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현재 연해주, 그리고 발해사와 고구려사에만 국한한다면 고고학적 증거가 보이는 결과는 "고구려 흔적은 전무, 발해 흔적은 농후"로 정리할 수 있다.

연해주는 여전히 고고학의 미답지에 가까워 앞으로 조사 진전 상황에 따라 이런 잠정 결론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러시아 측과 연해주 지역 공동발굴조사를 해온 국립문화재연구소 홍형우 학예연구관은 "현재까지 조사성과로 볼 때 고구려의 동북지역 경계는 두만강을 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만큼 두만강 너머 연해주 지역에서 고구려 흔적은 찾기 힘들다는 뜻이다.

반면 발해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연해주 남중부 지역의 발해 흔적은 꽤 많이 알려져 있다. 두만강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연해주 남부 지역 소재 크라스키노 성터는 일찌감치 발해 유적으로 지목되고, 그에 더해 발해에서 일본으로 통하던 이른바 일본도가 출발하는 지점으로까지 거론된다.

그렇다면 발해는 동북방 지역의 어느 지점까지 진출했을까?

고고학적 증거를 다룰 때 특정 문화의 특징이 농후한 유물이나 유적이 출토된다 해서 그곳이 바로 그 특정문화가 정치적 지배력까지 관철한 곳으로 볼 수는 없다. 예컨대 연해주 지역 어떤 곳에서 발해 특성이 농후한 유물이 발굴되었다 해서 그것이 바로 그 지점의 발해 지배를 말해주는 증거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가 러시아과학원 극동지부 역사학고고학민속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 9월 3일부터 10월 2일까지 발굴조사한 연해주 중북부 지역의 평지 성곽인 콕샤로프카-1 성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발굴조사 결과 드러난 고고학적 증거가 발해가 이 지역에 확고한 영역적 지배 거점을 마련했음을 부인하기 힘든 성곽 유역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성곽에서 상당히 가까운 곳에 인접한 마리야노프카 성이라는 유적이 종래 발해 유적으로 지목되기는 했었다. 하지만 90년대 초중반에 실시된 이 유적에 대한 조사는 지표조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발해적인 특성이 농후한 유물을 수습하기는 했지만, 성곽 자체가 발해시대의 유산이라는 적극적인 증거는 없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이번 콕샤로프카-1 성 발굴성과를 중시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 때문이다. 현재까지 확인한 가장 확실한 최 동북방 지역 발해시대 유적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연구소는 2006년 지표조사에서야 비로소 찾은 이 성곽 유적을 비록 일부 구역만 조사했음에도 이에서 드러난 건물터 규모나 양식, 나아가 성곽 전체 규모로 볼 때 왕성과 견줄만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홍 연구관은 이런 성과를 "요즘으로 본다면 '도청' 소재지 정도를 찾았다고 할 수 있다"는 말로 표현했다.

이번 발굴에서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유적이나 유물에서 고구려적 특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특히 온돌은 고구려의 그것을 빼다박을 정도로 비슷하고, 출토 토기 또한 고구려 전통을 충실히 계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설혹 고구려가 지금의 연해주 지역에까지 영역적 지배를 미치지 못했다고 해도, 그들이 남긴 전통은 발해로 계승되고, 연해주 지역까지 퍼졌음을 추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