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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 '우리가 두바이만 못해?'

이민주

입력 : 2008.10.16 08:42|수정 : 2008.10.16 16:45

중동의 허브 경쟁은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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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 하면 그저 중동의 만만치 않은 축구 실력을 가진 나라쯤으로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우리에겐 그만큼 거의 알려진 게 없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데요.

바레인은 강화도 두 배 크기에 인구 1백만 명의 소국이지만 지난 7, 80년대 까지만 해도 중동의 금융, 상업 중심지였습니다. 국내 은행의 중동 지점도 대부분 바레인에 있었고 대한항공의 중동 거점 역시 바레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석유 매장량이 워낙 미미해 성장에는 한계가 있었고 이웃 사우디 부호들이 주말마다 뿌리고 가는 돈 맛에 취해 특별한 발전 계획없이 정체를 지속하는 틈을 타 두바이가 바레인의 지위를 고스란히 빼앗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바레인과의 인연은 지난 이라크전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종군취재를 했던 키티호크 항공모함에 탑승하기 위해 미군 관계자들을 만난 장소가 바로 바레인의 미 해군사령부였습니다. 이후 2004년 요르단 연수시절 막바지에 잠시 들러 지인들을 만난 때가 바레인과는 마지막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취재차 두바이에 들렀다 카이로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바레인에 들를 기회가 생겼습니다. 4년만에 다시 목격한 바레인은 상전벽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깨끗하고, 잘 꾸며놓은 도시라는 이미지는 오간데 없고  두바이를 연상케 할 만큼 도시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중이었습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네군데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인공섬 조성공사였습니다. 바다를 매립해 3만 명에서 5만 명의 신도시를 건설중인데 집의 한쪽엔 물과 보트가, 다른 한 쪽엔 땅과 자동차가 자리 잡은 半 수상가옥들이 멋들어지게 조성돼 있었습니다.

이밖에도 다분히 두바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7성급 호텔과 초대형 쇼핑몰, 아파트 단지가 동시다발적으로 건설되고 있습니다. 또, 외자 유치를 위해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구입 규제를 거의 대부분 풀었고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외환규제 철폐를 통해 외국 기업에 대한 문호를 활짝 열었습니다. 그 결과 4, 5년전 7~8천 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GDP가 지난해 통계로는 무려 3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차 만난 부동산 개발회사 관계자와 공무원들에게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두바이의 건설경기 후퇴조짐을 언급하며 바레인도 두바이식 개발드라이브로는 위험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바레인은 두바이처럼 성급하게 프로젝트들을 진행하지도 않고 해외자본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기우일 뿐이라고 자신했습니다.

몇몇 교민들 얘기로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재테크 차원에서 아파트와 빌라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많은데 분양 공고 즉시 동이 나 물건 잡기가 힘든 형편이라고 합니다.

섬나라인 바레인은 기존의 사우디와 연결 다리 외에 연말부터는 이웃의 강소국 카타르와 연결 도로도 착공할 예정이어서 육로로 아라비아반도 전체에 도달할 수 있는 지리적 잇점도 확보하게 됩니다.

두바이의 성공사례만을 벤치마킹하며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는 바레인이 계획대로 차근차근 성장을 거듭할 경우 5, 6년 뒤면 중동의 금융, 물류 허브 위치를 놓고 두바이와 볼 만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편집자주] 한국 언론을 대표하는 종군기자 가운데 한사람인 이민주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스포츠, 사회부, 경제부 등을 거쳐 2008년 7월부터는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으로 활약 중입니다. 오랜 중동지역 취재경험과 연수 경력으로 2001년 아프간전 당시에는 미항모 키티호크 동승취재, 2003년 이라크전 때는 바그다드 현지취재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