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수혈' 대가 가혹한 후속조치 잇따를 듯 경영진 교체, 영업활동 감시, 인수합병 결정관여 등
미국 재무부가 14일 우선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은행에 총 2천500억 달러의 자본을 직접 투입하는 고강도 처방을 확정함에 따라 시장의 불안은 상당히 진정될 전망이다.
당초 부실채권 인수 방침에서 180도 선회한 이번 조치는 최근 유로존 국가들의 직접 수혈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의결권은 없지만 배당에서 우선순위를 갖게 되는 우선주 매입 조치로 인해 향후 은행이 정상궤도를 찾게 되면 미국 납세자들 역시 그들의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정부의 개입이 노골화된 이번 조치로 인해 그 어느때 보다 은행들은 가혹한 후속 조치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 또한 사실이다.
이른바 '당근과 채찍'의 논리인 셈이다.
정부의 7천억 달러 구제 금융을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상원 금융은행위원회의 민주당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이번 조치가 전례없는 금융위기를 치유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투자만 하고 최소한의 관여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후속 조치가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미 정부가 자본 투입후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은 일부 은행의 현 이사진이나 경영진 교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민주 양당의 존 매케인, 버락 오바마 두 대선 후보 공히 '월가의 탐욕'을 공박해 왔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위기를 몰고온 월가 초대형 은행 경영진에 대한 문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우리는 정부가 이들 은행에 대해 직접적 통제를 하라고 주장하지는 않겠지만, 극단적인 부실 경영 책임자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은 절제된 요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돈을 받게 되는 은행에 대한 감시감독권이 훨씬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점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심지어 소수이긴 하지만, 은행의 영업 상황에 대해 재무부나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매일 점검해야 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가져오게 되고, 오히려 민간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다수가 거부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조치를 발표하면서 분명한 배당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흐지부지 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많다.
슈머 상원의원은 "납세자를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면서 "공적자금을 받게되는 어떤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우선적인 배당금 확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미 재무부는 또한 인수·합병과 같은 주요 경영 결정 과정에도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우선주를 가진 정부가 의결권은 없지만, 국민의 혈세를 제공한 만큼 그 돈이 축나는 일이 없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여기에 미 정부는 직접 자본 투입 이외에도 은행의 부실 자산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굳이 우선주 보유라는 형식의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점도 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헨리 폴슨 재무장관에게 그 어떤 때보다 강력한 권한과 융통성을 부여한 만큼, 그가 휘두를 수 있는 칼은 무궁무진한 셈이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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