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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가 변했다?

남승모

입력 : 2008.10.12 19:06|수정 : 2008.10.12 23:46


선거가 있는 해면 거의 매일 방송과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각 당의 대변인이다. 지난 17대 대선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사람을 꼽으라면 아마도 한나라당의 '나경원 대변인'이 아닐까 한다. 눈에 띄는 외모에 말솜씨,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경력까지... 유세같은 외부행사라도 나가면 그야말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나경원 대변인은 약칭 혹은 애칭으로 기자들 사이에서 "나 대"라고 불렸다. 회의중이건 행사중이건 언제 어디서나 전화를 받아주고, 못받으면 반드시 'callback'을 해주었다. 밤이고 낮이고 통화를 해야하는 기자들에게는 대변인으로서 '최고의 덕목'을 갖췄던 셈이다. 선거 전이 치열해지면서 공격적인 색채가 강해지긴 했지만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출입기자였던 나에게, '나 대'의 이미지는 '부드러움'이 더 컸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나 대'가 변했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18대 국회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여당 간사를 맡으면서부터다. 지난 달 8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 때까지만 해도 큰 변화는 없었다. 유인촌 장관의 보고 내용이 전 정권에 대한 비하라는 야당의원들의 날선 공격에 "처음하는 문방위에서 너무 부처 길들이기를 하는 것 아니냐"며 "부드럽게 출발하자"는 말로 야당과의 직접 충돌을 피했다.

하지만 국정감사 이틀째인 지난 7일, 한국관광공사 등을 상대로 한 감사에서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YTN의 노조원 대량 해고가 5공 이후 처음있는 언론탄압이라며 즉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촉구했다. 그러나 여당측 고흥길 위원장과 의원들은 당일 피감기관인 관광공사가 먼저라며 YTN 문제는 방송통신위원회 국감 때 다루면 된다고 맞섰다.

의사진행을 놓고 고성이 오가면서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고흥길 위원장과 야당의원들은 얼굴을 붉혔고 막말이 오갔다. 오전 국감이 파행된 뒤 다시 열린 오후 감사에서 고흥길 위원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나경원 의원이 여당 간사 자격으로 대신 사회를 보기 위해 위원장석에 앉았다. 바로 그 때 국감을 진행하려는 나 의원과 YTN 문제를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이 정면 충돌했다.



나 의원은 일방적인 회의진행이라고 항의하는 야당의원들을 향해 "지금 의사진행발언을 안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라고 잘라말했다. 그리고 평소와 다른 강한 어조로 "최문순 의원님 질의 안하시겠습니까, 하시겠습니까. 답변하십시오"라며 몰아쳤다. 이에 민주당 쪽에서는 이종걸 의원이 책상을 내리치며 거세게 항의했고 나 의원은 "이종걸 의원님, 저는 위원장 대리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어디서 지금!"이라고 맞받았다.

한기까지 느껴지는 이 날 나 의원의 발언을 놓고 촌평이 쏟아졌다. 단순히 '변했다'에서부터 '도를 넘은 것 아니냐', '비례대표 초선에서 지역구 재선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변신'이라는 말까지 다양한 반응들이 나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나 의원의 이런 모습을 '여전사'에 비유하기도 했다. 나 의원의 말이 국회에서 그렇게 화제가 된 걸 보면 그녀의 갑작스런 변화가 '다소 당황(?)'스러웠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일시적 돌발사태였는지 아니면 이미지 변신을 위한 첫걸음이었는지 알 수 없다. 어떤 것이 건 당의 얼굴인 대변인에서 현장 지휘관인 문방위 간사와 당내 제6정책조정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나 의원의 행보에 세인들은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게 일반인의 호기심이든 기자들의 취재든, 정치인들의 분석이든 중요치 않다. 정치인에게는 이런 관심 자체가 중요하다. 다만 이것이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자신이 어떻게 하냐에 달려 있다. 18대 국회는 이제 시작이다.

 

[편집자주] 예리한 시각과 꼼꼼한 취재가 돋보이는 남승모 기자는 2000년 SBS 공채 8기로 입사해 사회부,경제부를 거쳐 정치부 정당 출입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특유의 적극성으로 활발한 현장취재를 통해 복잡한 정치 현장의 맥을 짚어주는 기사들을 전해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