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하락장…내공 다지기의 기회로
증시 폭락.
금요일엔 1,200선마저 깨지고, (나중에 조금 회복하긴 했지만) 주가는 정말 속절없이 내리꽂혔습니다. 이날 저는, 여의도에서 네 곳의 증권사를 돌아봤습니다.
투자자들은 오히려 조용했습니다. 말 그대로 그냥 '망연자실' 또는 '자포자기'.....
문의도, 항의도, 평소보다 더 없었다는데, 실제로 지금이 손절매나 갈아타기, 모두 늦은 감이 있는 만큼 지켜보는 게 최선의 방책이긴 합니다. 증권사 직원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미국 증시와 우리 증시를 모두 지켜보느라 선잠을 잔다는데, "잠을 좀 많이 잤으면 좋겠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이들 사이엔 금요일에 전해진, 한 증권회사 직원의 자살 소식이 화제였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누군가 죽으면, 이제 바닥을 쳤다는 신호"라고 여긴다고 하더군요. (있어서는 안 되고, 끔찍한 이야기지만 "앞으로 한두 명 더 목숨을 끊게 되면, 이 바닥이 끝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모 증권사에선 명예퇴직 신청도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들의 표정과 말투에서 이제 올 게 왔으니,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한다는 각오가 보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여의도 증권가에 어두운 기운이 배어있었지만 오르내리는 것이 증시의 속성인 만큼, 너무 비관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더 많았던 것 같네요.
하락장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니, 내공을 키워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할 텐데... 지금 상황에서 제일 급한 건 시장의 '불안감'이 수그러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에선 '자아실현적 위기'(- 불안하고, 나쁜 상황이 닥칠 거라는 자기 암시에 스스로 걸려들어 실제로 그런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가 닥칠 거라는 전망도 있듯, 우리 시장의 쏠림 현상과 불안감은 큽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단은 바깥에서 오는 악재가 잠잠해져야 할 것이고 정부도 위기관리 능력을 강하게 보여줘야 할 겁니다.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폭락 장세를 보였으니 반대로 지속적인 호재가 나온다면 금세 회복할 수 있는 여력이 있습니다. 투자자들 역시 뜬소문에 흔들리지 말고, 몰빵과 뒷북투자를 지양하고 자산 배분 계획대로 소신있게 하되 조금씩 장기 분산 투자로 돌아서도록 하라는 조언입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도 있는데... 긴 터널을 어서 빠져나갈 수 있길.
저는 시장의 '신호'를 열심히 읽겠습니다.
## 덧붙임 ##
여의도에서 예전 스타일의 '객장'이 살아있는 곳은 딱 한 곳 있습니다. 요즘은 다 인터넷으로 HTS를 통해 투자하고, 상황 조회하고 하니 몸소 증권사까지 나와 시황판을 살필 필요가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이 유일한 객장은, 요즘같은 하락장에선 취재도 쉽지 않습니다. 고객들과 영업부 직원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기 때문에 자칫 시비가 걸리는 일도 종종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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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백화점과 할인점을 누비며 알짜 생활정보를 전해주던 남정민 기자가 지금은 기획재정부와 공정위를 출입하며 굵직한 경제 뉴스들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2002년 SBS 공채로 입사한 남 기자는 여기자 특유의 꼼꼼한 취재에 해맑은 외모로 개인 블로그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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