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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한 달…신흥시장 위기의 도미노

입력 : 2008.10.12 09:36

실물경기 본격 전이 공포감…97년 외환위기 재연 우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선진 각국이 전례없는 고강도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위기의 파동이 아시아권은 물론 세계경제의 신성장동력인 브릭스(BRICs)에마저 미치고 있다.

미 금융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으로 한파가 밀어닥치고 있고 실물경기로 본격 전이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아시아 각국은 치솟는 환율과 폭락하는 주가로 신음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인터넷의 속도로 전파되면서 위기차단을 위한 갖가지 방화벽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8일 닛케이평균지수가 9.38% 대폭락한데 이어 10일에 다시 9.62% 폭락, 9,000선마저 무너지면서 충격을 던졌고 중국 증시와 홍콩, 대만, 그리고 러시아·브라질·인도 등 브릭스 권역조차 맥없이 무너지면서 아시아권 각국은 1997년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사상 세번째 주가 대폭락 기록을 하루걸러 경신한 일본은 9일 단기금융시장에 총 4조엔의 자금을 공급, 17일 연속 단기자금공급에 나섰으나 향후 전망을 점치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본내 금융시스템은 미국, 유럽 등 금융위기의 중심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주식시장 참가자의 60% 이상이 외국인이어서 해외증시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7일 경기회복 시기가 당초 상정했던 것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고 시장에서는 당초 실적 향상이 예상됐던 내년 3월 결산 기업들에 대해서도 "회복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관적인 관측으로 돌아섰다.

히라카와 쇼지(平川昇二) USB증권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닛케이 평균주가는 이미 경제 상황으로 설명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세계적인 주가 폭락의 영향으로 닛케이평균주가나 전 종목을 반영하는 토픽스도 계속 하락하는 '바닥 없는 주식시장'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한달만에 두차례 금리를 인하하는 등 미국발 금융위기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15일에 이어 9일 다시 예금과 대출금리를 각각 0.27%포인트 인하했다. 한달도 채 안돼 두차례 금리인하는 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다. 지난달 금리인하가 대출금리에 국한됐다면 이번 예금·대출 금리 동시인하는 2002년 2월 이래 처음이다.

인민은행은 또 15일부터는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키로 했다. 중국이 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지급준비율을 내리기는 1999년 이후 근 10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국무원은 두 번째 금리인하 단행을 앞두고 정부 각 부문의 고위급이 모두 회동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었다. 단계적인 경기부양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재 매수자에 대해서는 폐지한 거래세를 매도자에게도 폐지하는 거래세 완전 폐지안과 주식을 매입한 당일 되팔 수 있도록 하는 'T(Trade)+0'거래 방식도입이 검토됐다. 현재는 매입 후 다음날 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T+0'이 도입될 경우 투기적 거래를 부추길 수 있지만 유동성 확대와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리고 보험사와 사회보장기금의 주식매입비율 상향, 추가 금리인하 등이 검토됐으며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크게 3차례 단행된 부양책의 효과를 검증한 뒤 추가 부양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파장은 만만찮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투자위축 등으로 불안감이 없지 않았는데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전이될 경우 경착륙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중국 내부에서도 은행들이 달러 및 위안화 대출 문을 걸어잠그고 만기상환시 연장을 불허하면서 기업들이 아우성이다.

홍콩 금융관리국도 8일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9일 또다시 0.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 이틀새 기준 금리를 3.5%에서 2.0%로 낮췄다.

러시아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곧 대대적으로 자금을 풀 계획이다.

러시아 정부는 앞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대형 은행들에 대한 370억달러의 장기 저리 대출을 포함해 모두 1천860억달러 규모의 구제기금 제공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대책이 시장에는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수혈했지만 증시는 폭락했고 주택·건설 등 실물 경제에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야당과 노조가 정부에 더 신속하고도 강력한 위기 타개책을 주문하고 나서면서 금융위기가 정국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산당의 바딤 솔로브요프 국가두마(하원) 의원은 "러시아 경제가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면서 "중소기업들이 돈을 빌리려고 난리고 연쇄 도산이 일어날 수도 있다. 수백만명이 직장을 잃을 것이며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원유와 가스를 팔아 번 돈을 국내 기업을 지원하는 데 쓰지 않고 외국 금융기관 등 해외 자산 매입에 사용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에서 반 발짝 떨어져 있을 뿐 우리 경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인도에서는 리먼 파산신청 이후 뭄바이 센섹스 지수가 20% 가까이 빠졌다. 달러에 대한 루피화 가치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유동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9%에서 8.5%로 0.5%포인트 낮춰 유동성 공급을 확대했다.

브라질은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채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브라질 정부는 또 수출기업에 국책은행인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을 통해 22억7천만달러을 지원할 계획이다.

브라질은 현재 2천70억달러 수준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지만 환율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는 공황상태가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식거래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다.

신흥시장의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금으로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수습은 `이성적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

(상하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