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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에 고환율…한숨 짓는 '기러기 가족'

이호건

입력 : 2008.10.11 20:23|수정 : 2008.10.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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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계속되는 환율 고공행진 속에 해외에 가족을 둔 기러기 가족들이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이호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7월 고등학생 두 아들을 아내와 함께 미국 시카고로 유학 보낸 대기업 차장 황용철 씨는 요즘 근심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미국에 보내야하는 학비와 생활비가 껑충 뛰어올라서입니다.

6개월마다 2만 달러를 부쳐 왔는데, 원화로 치면 넉 달 전 2천백만 원쯤이던 게 3천만 원 정도로 천 만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황 씨는 취미 활동도 끊어가며 허리띠를 졸라맸고, 부인도 미국에서 취업 전선에 나섰지만, 끝 모를 환율 고공행진에 불안감은 커져만 갑니다.

[황용철/'기러기 아빠' : 제가 가지고 있는 보유재산 가운데 자식의 교육을 위해서 집까지 팔아야 하는 그런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좀 하고는 있습니다.]

현지 유학생들은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황용철 씨 부인 : 환율이 하루에 몇십 원씩 오르고 그러니까, 유학생들이 많이 귀국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더라고요.]

환율 때문에 어렵기는 돈을 벌기 위해 국내로 온 중국동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년 전 입국한 중국동포 33살 오일수 씨는 부모님께 다달이 70만 원씩 부쳐오다가 두 달 전부터 송금을 못하고 있습니다.

위안화로 바꾸고 나면, 1년 전의 절반 수준인 3천3백 위안 정도에 불과해 환율이 내릴 때까지 환전을 미루고 있는 겁니다.

[오일수/중국 동포 : 한달내내 벌어봤자 얼마 못 버는데, 그것도 환율이 올라서 돈을 부치면 남는 게 없으니까 감히 집에 부칠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기러기 가족의 한숨만 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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