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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글 더 아름답게…글씨체에 한평생

이주형

입력 : 2008.10.11 20:44|수정 : 2009.01.3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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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10월 9일, 그제(9일)는 한글날이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 교과서나 신문을 통해서 늘 봐오던 한글 서체, 누가 만들었을까요? 올해 백수를 바라보는  최정순 옹입니다.

한글 서체 개발에 평생을 바친 그를 주말 인터뷰에서 이주형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최정순 옹이 서울의 한 신문사를 찾았습니다.

이 신문은 지난 1965년 최 옹이 디자인한 한글 서체로 창간호를 찍었습니다.

[최정순(93세)/한글서체 개발자 : 한 2월서부터 착수했을거에요. 그래도 빨리 했어 내가.]

올해 93살의 최 옹이 본격적으로 한글 서체 개발에 뛰어든 것은 1954년.

국정교과서의 조악한 서체를 개선하려던 문교부가 서울신문사 목각공이던 최 옹의 열정을 높이 사서 일본 연수를 보냈습니다.

[최정순(93세)/한글서체 개발자 : 일본서 견학을 하면서 원도 그리는 방법, 설계하는 것, 조각하는 방법을 배워와서 맞바로 국정교과서에서 기계를 돌렸죠. (그 때만 해도 한글서체에 대한 인식은 어땠나요?) 아주 백지죠. 백지. 말하자면 불모지.]

일본에서 돌아온 최 옹은 설계도와 조각기를 이용해 활자를 디자인하는 새 기법으로 국정교과서의 서체를 세련되고 읽기 좋게 바꿨습니다.

손으로 써서 인쇄한 1952년 초등학교 교과서와 최 옹이 글꼴을 디자인해 만든 새 한글서체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최정순(93세)/한글서체 개발자 : 국정교과서에서 처음으로 활자체가 인쇄돼 나오니까 인쇄계가 벌커덕 뒤집혔지.혁명이 일어났지.]

최 옹은 이후에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동아일보,경향신문 등 대다수 일간지의 활자를 개발하고 90년대 중반에는 현재 국정교과서 서체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하지만 글자를 컴퓨터로 디자인하는 변화를 당하지 못했습니다.

[최정순(93세)/한글서체 개발자 : 90년도부터 정부에서 계획한 것 끝내니까 일감이 떨어지고 말았어요.]

지난 96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은 최정순 옹은 9년전 상처한 뒤 다소 쓸쓸한 말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도 한글의 글꼴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연구한다는 최옹은 건강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면서도 한줄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최정순(93세)/한글서체 개발자 : 내가 작업하는 것보다 쉬운 것들도 인간문화재가 있어요. 이거는 사실 비교적 참 어려운 거에요. 한글이라는게 대단히 중요한 것 아닙니까. 그래서 보기좋은 것을 더 개발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대우가 있어야되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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