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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 해저드(moral hazard)'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참으로 어렵죠. 요즘은 법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이익 추구,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는 태도, 집단 이기주의 등을 통칭해 '모럴 해저드'라고 표현합니다. 우리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를 읽을 수 있는 사례와 통계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나왔는데요. 지난 6일 정치부의 남승모 기자가 8시 뉴스를 통해서 보도한 리포트가 바로 그것입니다.
▽ 남승모 기자 '국민연금 낼 돈 없다더니…외제차 두대씩이나?' (8월6일 8뉴스 방송)
국민연금은 소득이 없으면 보험료를 내지 않습니다. 이를 납부 유예자라고 합니다. 현재 국민연금 공단으로부터 3년 이상 보험료 납부를 유예 받고 있는 사람은 137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소득이 없어 연금 보험료를 낼 여력이 없으니 소득이 생길 때까지 보험료 납부를 유예해 주는 겁니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이 이들 137만 명 가운데 10만 명을 뽑아서 조사를 했더니 고급 외제 승용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404명, 게다가 두 대 이상 갖고 있는 사람도 16명이나 됐습니다. 지난 5년 동안 해외를 100번 이상 다녀온 사람이 7백명, 5백번 이상 다녀온 사람도 67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연금 보험료 납부를 유예 받을 만큼 소득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외제차에다 해외 여행까지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연금 보험 공단 측의 설명으로는 이들이 직업은 없지만 금융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지금은 현업에서 은퇴했지만 이미 상당한 재산을 모아놓은 사람일 가능성도 높다고 합니다.
법적으로 문제만 없다면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을 모두 보려는 것은 인지상정일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국민 연금 실태를 생각하면 이들의 태도를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연금 재원이 고갈돼 참여 정부 때 보험료 인상과 연금 지급액 감소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놓고 한참이나 논란이 일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자 기사를 검색해 보면 공무원 연금제도 발전위가 기여금은 27%인상하고 연금액은 최대 25% 인하함과 동시에 연금 지급개시 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한다는 개혁안을 냈다고 하는데, 이 마저도 공무원 구조개혁에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고령화 사회에 따른 연금 재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월급쟁이들은 세금 꼬박꼬박 내고, 연금 보험료 꼬박꼬박 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만큼 사회적 혜택에서는 제외 받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도 느낄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앞서서 제가 모럴 해저드의 정의로 이 글을 시작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법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전형적인 자기 이익 추구, 자기 책임 회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모럴 해저드가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되면 상대적 박탈감의 증대와 사회적 연대감 상실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를 바로잡을 해법을 생각해 보면 바로 모럴 해저드의 정의에 나와 있듯이 '법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남승모 기자가 지적했듯이 금융 소득자에 대해서도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하고, 납부 유예자들이 진짜 소득이 없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도 수반돼야 할 것입니다.
다달이 봉급쟁이들의 부인들이 적금 떼고, 세금 떼고, 생활비 떼고 하면서 박봉을 안겨주는 남편을 미워할 수도 원망할 수도 없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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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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