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경제

'9.11테러 학습효과' 한국증시 크게 성숙

입력 : 2008.09.30 15:59

건전투자 문화 조성도 증시 안정에 기여


한국 증시가 미국발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여 투자 문화가 과거에 비해 크게 성숙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8.30포인트(0.57%) 하락한 1,448.0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는 뉴욕 증시의 폭락 소식에 72.39포인트(4.97%) 급락한 상태에서 출발, 개장과 동시에 1,400선이 붕괴한 후 1,376.72까지 하락했으나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로 낙폭을 줄였다.

외국인도 장 초반 매물을 쏟아냈으나 장 후반으로 오며 당국의 공매도 금지조치 속에 공매도한 주식을 재매수하는 쇼트커버링이 나오며 매도규모가 크게 줄었다.

이날 새벽 뉴욕증시는 구제금융안의 부결로 다우지수 -6.98%, 나스닥지수 -9.14%, S&P500지수 -8.79%의 하락률을 나타내 공황상태에 빠질 것으로 우려됐던 우리 증시는 크게 선방한 셈이다.

국내 증시는 과거 미국 증시와 높은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변동성도 높았으나 최근에는 낮은 변동성을 보이며 위기상황에서 오히려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1999년 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코스피지수와 미국 다우지수의 상관계수는 0.65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지속했으며 이달 초까지만 해도 거의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우리 증시는 미국 증시 흐름에 뒤따라가는 경향이 매우 높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는 국내 증시가 미국의 영향으로 대다수 종목이 하한가로 추락하며 1,300 선 초반까지 밀릴 것으로 우려했으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코스피지수는 지난주 5거래일 동안에도 모두 미국 증시와 따로 움직였다.

지난주 첫 거래일인 22일 미국 증시의 폭등 소식에도 0.31% 오르는 데 그쳤으며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은 미국 증시의 폭락 소식에도 각각 1.44%, 0.99%, 0.38% 올랐다. 26일에는 미국 증시가 급등했음에도 1.68% 떨어졌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19일(현지시각) 3.35% 폭등한 후 22일 -3.27%, 23일 -1.47% , 24일 -0.27% 등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2001년 9.11테러 당시 학습효과와 증권업계의 건전투자 문화육성을 통해 투자문화가 크게 성숙한 점이 미국발 쇼크에 과민반응을 보이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가 폭락하면 먼저 공포에 질려 추격매도에 나서는 등 감정적인 대응을 했으나 이제는 발달한 정보통신을 통해 미국 상황과 현재 주가상황을 점검하며 냉철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도 미국은 구제금융안 부결로 금융시장 붕괴 우려가 커졌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구제금융안의 통과가 다시 시도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했으며 실제 미국 대통령이 관련 성명을 발표키로 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투자심리를 안정시켰다.

증시 역사에 길이 남을 9.11테러 직후 상황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당시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며칠 휴장하고 나서 처음 열린 9월17일 684포인트(7.14%) 폭락하는 등 5일 연속 하락했다. 이전 지수를 회복하는 데는 무려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코스피지수도 9월12일 12.02% 폭락한 475.60까지 떨어진 이후 며칠 동안 횡보했다. 이후 미국 증시가 안정을 보이자 비로소 반등에 나서 7개월 동안 상승하며 저점 대비 2배로 오른 943.54를 기록했다.

따라서 국내 증시는 9.11사태의 경험을 토대로 최근 지수 급락이 중장기적으로 볼 때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낙폭을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토러스투자증권 김승현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에서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들이 밤에 주로 발생하면서 국내 증시가 미리 움직이고 있다. 또 국내 증시가 1,300까지 빠진다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실제 그렇게 될 가능성은 작다는 판단이 반영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증시가 하루 중 상황만을 놓고 보면 변동성이 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기적으로 볼 때는 변동성이 낮아지고 있다. 과거 급락기에 대한 학습효과와 투자문화가 성숙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