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토론도 경제문제 집중될 듯
대공황 이후 최대 금융위기의 한고비를 넘겨줄 것으로 예상됐던 7천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법안이 29일 미 하원에서 전격 부결처리됨에 따라 금융위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공화당 존 매케인,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는 외교·안보와 내치, 경제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정책적 차별화를 기하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당기기 위해 혈투에 가까운 백병전을 벌여왔다.
그러나 금융위기 문제가 대선 정국의 전면으로 떠오름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뉘어 왔던 두 후보의 '이슈 파이팅'은 경제문제 하나로 단선화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를 재삼 상기시킬 필요도 없이 경제는 남은 대선일정을 관통하는 최대 화두가 될 것이라는데 의견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다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 뛰고 있는 상·하원 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보태지면서 경제문제는 표심의 향배를 가르는 부동의 핵심 이슈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당장 의원들은 부결사태와 관련해 "네 탓이요"를 외치며 서로 향해 손가락질을 해대고 있다. 이번에 부결된 법안의 수정안을 마련하고 다시 표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험로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부시 대통령과 두 대선 후보, 의회 지도자들이 백악관에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양당 의원들이 기나긴 협상 끝에 마련한 구제금융 법안이 부결된 마당이기 때문에 2차 시도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 인내심과 컨센서스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의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최적의 답안을 찾기 위한 행정부와 의회의 격론과 조정작업이 필요하고, 자연스럽게 경제문제가 대선의 중심화두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추론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경제문제가 어떻게 풀려나갈지는 결국 매케인과 오바마에게는 '제로 섬' 게임이다. 일단 여론조사상 경제관리 능력에서 비교우위를 지키고 있는 오바마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부시 정부의 경제실정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매케인에게는 '이 보다 더 불리할 수는 없는' 상황전개가 예상된다.
또 오는 10월 2일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에서 예정된 공화당 새라 페일린, 민주당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후보의 TV토론도 경제문제에 집중될 공산이 커졌다.
외교.안보문제에서 취약점을 노출해 온 페일린에게는 경제문제가 주요 토론의제가 된다면 한가닥 희망을 품어봄직도 하지만, 문제는 외교·안보 질문을 비켜갈 수 있다는 게 아니라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떠안고 들어가야 하는 '경제 디스카운트'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바이든 입장에서는 '매케인-페일린 집권=부시 3기'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경제를 망친 공화당 정권이 연장돼선 안된다는 공략포인트를 확실히 얻게 됐다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서 토론회에 임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의 역설적인 상황은 대선의 승자가 축복과 영광을 누리기 보다는 당장 발등의 불인 금융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도전과제를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승리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부풀려질 대로 부풀려진 금융위기는 미국 대선 드라마의 '해피엔딩'을 가로막는 최대변수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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