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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환란당시 방불…당국 '초비상'

입력 : 2008.09.29 15:38


29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36원이나 폭등하자 은행권과 외환당국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69.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오전 11시42분 1,198.30원으로 1,200원에 육박했다가 1,190원대 초반으로 밀리는 등 급등락 장세를 연출했다.

은행 딜링룸은 외환위기 당시를 방불케 하는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고 은행 지점도 고객들의 문의 전화와 상담 요구 등으로 바빴지만 환전이나 송금 거래는 뜸했다.

◇ 은행 딜링룸, 외환위기 때 방불

"최소한 딜링룸에는 IMF 사태가 다시 온 것 같다."

은행 외환딜러들은 이날 환율이 1,200원 부근까지 치솟자 딜링룸이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환율이 개장 후 2시간 동안 꾸준히 상승하면서 오전 11시15분께 1,190원을 넘어서자 달러화 매수를 원하는 기업들의 주문 전화가 빗발쳤고 딜러들도 거래 체결을 위해 중개사에 전화 주문을 넣느라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환율이 두 달 간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피로감을 표시하는 딜러들도 있었다. 환율이 지난 7월 28일 1,006.00원에서 190원 가량 상승하는 동안 거래량이 적은 점심때 폭등하는 경향이 많았기 때문에 딜러들은 점심을 딜링룸에서 김밥으로 때우거나 아예 걸러야 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7월 말 이후 점심때 외부에 나가본 적이 없다"며 "체력에 한계가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은행창구 개점 휴업

환율이 단기 폭등하면서 은행 창구에는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많이 걸려왔만 거래는 한산한 편이었다. 고객들은 그동안 환율이 너무 올라 송금하기를 주저하면서도 단기간 내 환율 하락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상담만 할 뿐 거래를 자제했다.

환율이 오르기 시작할 때 송금을 했어야 했다며 뒤늦게 후회하는 고객들도 눈에 띄었다.

외환은행 영업부 해외고객센터의 이종면 차장은 "환전 문의는 뚝 끊겼고 송금을 해야 하는 고객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망설이고 있다"며 "지금은 누구도 환율에 대해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담을 하면서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반월 기업금융지점에서는 당장 대금을 결제해야 하는 기업들이 환율 걱정을 토로했다. 외화예금을 가진 기업들은 당장은 좋아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환율의 반락 가능성을 우려했다.

우리은행 선릉지점 이영주 차장은 "외화예금을 담보로 돈을 빌려쓰던 업체가 오늘 환율이 급등하자 대출을 받는 대신 아예 60여만 달러 상당의 예금을 해지했다"고 전했다.

◇ 외환당국 초비상

외환당국인 한은도 이날 환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한은은 월말을 맞아 수요가 집중된 데다 경상수지와 무역수지가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미리 달러를 사두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 상승 요인이 있긴 했지만 시장의 쏠림현상은 다소 과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외부인에게는 출입이 금지된 한은 외환시장팀의 딜링룸도 시시각각 환율 움직임을 체크하며 정신없이 움직였다. 이곳은 외환시장팀 내 시장운영담당 4명이 한 조를 이뤄 외환당국의 정책을 실무적으로 수행하는 곳으로, 시장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다가 당국이 시장 개입을 결정하면 이를 수행한다.

정부는 이날 환율 급등이 몇 가지 일시적인 요인이 겹쳐 나타난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지나친 급등세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장 시장과 함께 환율이 무섭게 치솟는 데 대해 ▲글로벌 달러 강세 ▲키코 관련 업체들의 달러 수요 ▲무역·경상수지 적자 전망 등의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7천억 달러 구제금융 법안에 대해 정부와 의회가 합의했다는 소식 등 긍정적 요인도 있는 만큼 시장이 지나친 반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환율 급등세가 계속될 경우 '실탄'(달러)을 풀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