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곧 실행할 것으로 보이는 7천억 달러 규모의 부실금융 구제안이 성공할지 여부는 중국과 중동권 중앙은행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조하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9일 보도했다.
저널은 미국이 재원의 상당 부분을 채권 매각을 통해 외국 정부나 투자자로부터 충당해야 한다면서 금융 위기로 미국의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수요도 뒷받침되는 상황임을 지적했다. 신문은 한 예로 최근 일본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이 모건 스탠리 상당 지분을 인수한 점을 상기시켰다.
저널은 미국이 지금 '경제 사적으로 달콤 씁쓸한 상황'이라고 표현하면서 전례없이 외국의 현금이 절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 재무부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대외적인 신뢰 유지가 중요하다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비판을 무릅쓰고 양대 모기지 기관인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구제한 것이 특히 중국에 대해 '미국 채권이 안전한다'는 점을 확신시키기 위한 목적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외환 보유국인 중국은 1조달러 가량의 미국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저널은 상기시켰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저널에 "(미국같은) 강대국이 자국 외교관에게 주재국에 '우리를 신뢰하라'는 점을 확신시키도록 지시하는 예가 흔지 않다"라고 미국이 현재 처한 난감한 상황을 표현했다.
저널은 1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 때 미국이 구제를 주도했던데 반해 지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금융이 가장 취약한 처지로 전락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이 중국 등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데 대한 특히 정치적 반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주의 미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대중국 경제 의존에 대한 우려가 부각된 점을 저널은 상기시켰다.
저널은 미국이 지난 1956년 영국으로 하여금 수에즈 운하에서 손을 떼도록 압박하면서 런던에 대한 금융 지원을 삭감할 수 있음을 위협해 효과를 냈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미국이 2차대전 직후의 영국만큼 경제 상황이 심각하지 않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달러를 찍어내는 국가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외국 투자자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아 이들이 미국채를 대거 매각하거나 더 이상 매입하지 않을 경우 미국채 가산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취약해진 미 경제에 또다른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저널은 강조했다.
저널은 그렇지만 중국과 사우디 아라비아 등 미 국채를 대거 보유한 국가들이 당장 '반달러'로 당장 돌아설 것 같지는 않다며 이들도 '족쇄'를 차고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보유 자산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서머스는 이를 "테러의 금융적 균형"이라고 표현했다.
상하이 소재 애널리스트 앤디 시에는 "이런 균형이 궁극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재정 적자가 심각한 미국이 추가로 7천억달러를 차입하면 적어도 단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국 투자자가 미국에 악용당하는 꼴"이라고 표현했다. 실컨좋컨 한 배를 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널은 중국과 쿠웨이트, 카타르 및 아부다비 등의 국부펀드들이 최근 월가 상황을 관망하며 투자를 자제하는 분위기인 반면 군소 국부펀드의 경우 '위기가 곧 기회'란 판단 하에 헐값에 나온 부동산과 금융 및 보험회사 지분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외국 투자자가 계속 미국에 자본을 넣어야 할 때라면서 따라서 미 재무부가 부실금융 구제안을 해외 투자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로드쇼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야 외국 자본이 유로존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널은 미국 의회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부펀드가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견제하는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미국 자산에 투자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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