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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뉴먼 타계

남상석

입력 : 2008.09.28 16:59


일요근무라서 출근해보니 미국 배우 폴 뉴먼이 어젯밤(27일) 향년 8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들어와 있더군요. 몇 년간 암으로 투병 중이었으며 자택에서 가족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입니다.

제 기억으로 폴 뉴먼을 처음 접했던 것은 재난영화 [타워링]을 통해서였습니다. 1974년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는 77년에 개봉했으니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쯤 부모님 손잡고 관람했던 것 같은데, 올려다보다 뒤로 쓰러질 정도로 까무룩한 높이의 초고층 빌딩이 완공돼 성대한 축하파티가 벌어지는 날 벌어진 대형 화재를 다뤘죠.

한쪽에선 흥청망청 화려한 파티가 열리고, 한쪽에서는 재앙을 경고하는 징후가 나타나더니 결국 지옥같이 변해버리는 고층 빌딩……. 전기공사를 담당한 하청업체가 건물 주인과 친인척으로 규정보다 용량이 작은 전기선을 사용해 공사비를 떼어먹었는데 - 어디서 많이 듣고 보던 상황이네요.- 그만 전기선이 과열되는 바람에 화재가 발생하고 아비규환 생지옥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구조와 탈출 과정을 그린 내용이죠.

폴 뉴먼은 여기서 이 빌딩을 설계한 건축가로 나와 부실한 전기배선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외면당하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는 정의감 넘치는 인물로 나왔습니다. 어린 눈에도 '참 멋진 아저씨다!' 하는 생각을 했었드랬죠. 이 영화는 폴 뉴먼 뿐 아니라 스티브 맥퀸, 페이 더너웨이, 윌리엄 홀든 등 당시 할리우드의 톱스타들이 총출동해서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뒤 영화를 좀 알게 되면서 비디오나 주말의 명화 등을 통해 [내일을 향해 쏴라]와 [스팅]을 통해 활력 넘치는 매력남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짝을 이룬 두 영화는 할리우드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현재는 당시를 대표하는 고전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특히 [내일을 향해 쏴라]의 자전거 데이트 장면의 흥겨움이나 마지막 정지화면의 여운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입니다..제게는 영화적 재미라는 게 무엇인지를 알려준 영화로 다시 봐도 재미있는 그런 영화들입니다. 80년대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90년대에도 [허드서커 대리인], 2002년에는 [로드 투 퍼디션] 등 좋은 작품에 멋진 역할로 간간이 얼굴을 보였습니다.

1986년 환갑을 넘긴 나이에 당시 떠오르는 꽃미남 스타 톰 크루즈와 연기대결을 벌였던 [컬러 오브 머니]도 기억에 남는군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고인은 투병 중이던 지난해 6월 "기억력과 자신감, 창의력이 점점 퇴화되고 있어 연기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며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또 자동차 경주에 매력을 느껴 레이서로 활약하기도 했고 샐러드드레싱을 만드는 회사를 차려 성공하기도 했고 그 수익의 대부분을 자선이나 기부에 사용했다고 하니 걸어간 길도 훌륭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푸른 눈에 깎은 듯 한 매력적인 외모를 과시하고 노년에는 중후한 매력을 보여줬던 폴 뉴먼, 그의 죽음에 할리우드 사람들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애도 물결이 일고 있다고 하네요. 스캔들 한번 없이 아내 조앤 우드워드와 화목한 가정을 일구었고, 노년에는 자선 사업에도 활발했고, 무엇보다 들고 날 때를 명확히 구분했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