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시점, 북 재처리시설 가동예고 일정과 겹쳐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유보에 반발, 핵시설 불능화를 중단한데 이어 핵시설 재가동방침을 천명하는 등 북핵 6자회담의 위기지수가 한껏 치솟은 가운데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3번째 방북이 이뤄져 방북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힐 차관보의 방북 시점은 북한이 재처리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예고한 날짜와 겹칠 것으로 보여 그의 방북이 북한의 추가적 긴장고조냐, 협상으로의 복귀냐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4일 일주일 내에 재처리시설에 핵물질을 주입하겠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통보한 바 있어 다음달 1일이 `디데이'(D-day)가 될 수 있다. 힐 차관보는 오는 29일 한국에 도착하며 30일이나 다음달 1일쯤에는 방북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힐 차관보의 방북협의가 성과를 거둔다면 북한은 재처리시설 가동을 유보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예고했던대로 시설 재가동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 소식통은 28일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결과에 따라 6자회담의 앞날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작년 6월 6자회담 진전을 막아오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해결된 직후 2단계(핵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 로드맵을 협의하기 위해 처음으로 방북했고 12월에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 등으로 교착상태에 있던 핵프로그램 신고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두 차례 방북 모두 즉각적이지는 않았지만 이후 `10.3합의'와 `4월 싱가포르 합의'의 발판이 됐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은 검증체계 구축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지금의 위기상황을 불러온 근본 원인은 검증체계 구축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이라며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그동안 검증체계 구축에 있어 미국과의 협상에 미온적이었던 태도를 바꿔 힐 차관보의 방북을 전격 수용했다는 점에서 일부에서는 미국이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이 관심을 가질만한 양보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이미 검증체계 구축에 이어 검증활동이 시작돼야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검증원칙만 합의해도 된다고 한 발 물러선 바 있으며 최근 힐 차관보는 "검증내용은 실질적이어야 하지만 형식에 관해서는 신축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미국 내부에서조차 미국이 중국, 러시아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한에 지나치게 엄격한 핵검증 프로그램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미국의 수위조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혀 온 `샘플채취'와 `미신고시설에 대한 접근' 등 두 가지는 미국도 양보할 수 없다고 못박아왔기 때문에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미신고시설에 대한 접근'을 양보해 검증대상은 신고시설로 한정하고 북한은 샘플채취를 받아들이는 절충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점치고 있다.
이는 게리 새모어 미 외교협회 부회장 등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고 있는 `영변 핵시설로 한정된 플루토늄에 대한 검증을 먼저한 뒤 UEP 및 핵확산은 추후 검증하자'는 분리 검증안과도 맥이 닿아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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