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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박 반장] '종부세' 와 '학원수강료'

박병일

입력 : 2008.09.28 13:05|수정 : 2008.10.15 01:47


요즘 한나라당이 종부세 개편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아시다시피 강남권 위원들은 적극적 찬성입장을 밝히고 있고 반대로 비 강남권 의원들은 반대 의견이 많습니다. 논란이 격해지자 당 지도부가 서둘러 당론 정리에 나섰습니다. 10월 2일에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으니 그때까지는 당론을 정해야 하겠지요. 내일(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장을 정리하겠지만 일단 정부 원안을 수용하되 11월말쯤 있을 헌법 재판소의 결정을 지켜보면서 국회 심의과정에서 일부 조정할 수 있다는 이른바 '선 수용' '후 조정'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내 의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정부안에 대해 찬성 또는 조건부 찬성이 반대 의견보다는 많았던 것이 이런 당내 방침에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나라당내에서 종부세 개편안을 놓고 내부 이견이 있는 대목은 종부세 부과기준을 9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낮추는 것입니다. 당내에서 반대론을 펴는 의원들은 "가뜩이나 부자정당, 부자내각이라는 소리를 듣는 마당에 왜 서둘러 종부세를 바꾸려는 것이냐?"는 겁니다. 이에 반해 찬성론을 펴는 의원들의 논리는 "종부세는 징벌세적 성격을 띤 부유세이기 때문에 형평과세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 여당은 종부세 완화의 근거로 크게 두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우선 종부세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과세기준이 9억 원이었는데, 참여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한 일환으로 6억 원으로 낮춰 투기와는 무관한 봉급생활자들이나 1가구 1주택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의 1/3 이상이 연소득 4천만 원 이하의 봉급생활자라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또한, 왜 하필 '지금' 종부세 개편을 추진하느냐는 반대론에 대해서 정부 여당은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때는 종부세 완화 정책을 펼 수 없는데 지금같이 부동산 시장이 정체돼 있을 때야말로 이런 징벌적 세제를 고칠 적기"라고 반박합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일단 종부세 대상자가 극소수다 보니까 대부분은 종부세 완화에 반대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세 형평성을 고려하면 종부세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찬반 논란의 와중에 저희 SBS가 학원수강료를 바가지 씌우는 학원 리스트를 확보해 특종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리스트를 보면 우선 서울에서 교육청에 신고한 학원 수강료보다 두배 이상 부풀려 바가지 씌운 학원이 202곳이었습니다. (50%이상 바가지 씌운 학원은 부지기수고요) 그런데 이 202곳 가운데 강남지역에서 적발된 곳만 118곳으로 절반이 넘었습니다. 물론 학원들이 강남에 많이 밀집돼 있는 곳이라 적발된 학원도 더 많겠지요. 그런데 저는 이 리스트를 살펴보면서 두 가지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됐습니다.

우선, 교육청에 신고한 수강료이건 실제로 부풀려 받은 수강료이건 간에 강남지역 학원들의 수강료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입니다. 비 강남권은 어림잡아 10~20만 원 정도입니다. 6-7만 원대도 많고요. 반면, 강남권 학원은 보통이 30~40만 원대이고 1백만 원 이상 하는 곳도 상당수 있더군요. 저희 보도에서도 소개됐지만 45만 원 받겠다고 교육청에 신고해 놓고 600만 원을 받다가 적발된 곳도 있었습니다. 학원비로 6백만 원씩 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도대체 얼마를 벌길래 6백만 원씩 수강료를 내야 하는 학원에 애들을 보낼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정부 여당은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의 1/3이 연소득 4천만 원 이하라고 했으니 물론 그런 사람들은 이런 학원에 애들을 보낼 수 없겠지요.

강남에서 살게 되면 학원에 보내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교육이라는 것이 주변과의 경쟁이잖아요. 그렇다면 종부세 대상자이면서 연소득 4천만 원 이하인 사람들 중 강남에 사는 사람은 평균 30~40만 원대의 학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겠지요. 학원도 한군데만 보내겠습니까? 보통 2-3군데는 보내야 할 것이고 애가 둘인 집은 학원비로만 200만 원씩 나간다는 얘기가 이 학원비 리스트를 보면서 확인하게 됩니다.

강남권 지역 의원들이 종부세 완화에 찬성하고 있듯이, 이들 강남에 사는 주민들 중 30%정도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게 됩니다. 우선, 다른 집 다 보내는 학원에 보내지 않을 수 없을 터이니 매달 적게는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씩 사교육비를 들여야겠지요. 학원비 6백만 원 하는 곳에 보내는 특수계층이 아니라면 참으로 버거운 일일 겁니다. 어떤 분들 특히, 비강남권에 사시면서 종부세와 거리가 먼 분들의 입장에서는  "종부세는 못내겠다면서 애들 학원비로는 몇백씩 내는 것은 타당한 일이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이 글을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는 아주 원론적인 얘기일수 있겠으나 이런 겁니다. 강남의 부동산 값이 급등한 것은 '잘 갖춰진 기반시설'을 드는 분이나 '편리한 교통과 윤택한 문화공간'을 드는 분도 계시겠지만 뭐니 뭐니해도 '교육'이겠지요. 좋은 대학에 학생들을 많이 보내는 소위 명문고들 (대학입학률이 명문고의 기준이 됨은 아니겠지만..)이 몰려 있고, 그러다보니 잘 사는 사람들이 강남에 들어가고 이에 따라 내로라하는 학원들도 강남에 자리를 잡고 경쟁적으로 학원비를 올려도 수요자는 넘쳐나고.... 이런 순환구조가 10년이상 지속되면서 강남 불패 신화까지 나오는 거라 생각됩니다.

결국, 종부세 문제이건 부동산 안정 문제이건 간에 교육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논란은 무의미해 보입니다. 최근 교육부가 소위 학군제를 보완해 다른 지역에서도 강남으로 학군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앞서 말한 강남의 부동산 문제나 이와 관련한 세금 문제, 그리고 사교육 문제를 해소할 근본적 처방은 아니겠지요. 참으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또 현실적인 방안이 뭘까 하고 생각해 볼수록 풀기 쉽지 않은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하튼 강남의 초고가 학원비와 종부세 논란을 대비시켜 보면서 역시 근본 처방은 교육 문제의 해소에 있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