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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앵무새 죽이기 안 돼!"

입력 : 2008.09.26 09:49


뉴질랜드 고원지대에 살고 있는 케어라는 앵무새는 살아있는 양들을 공격해 잡아먹는 새로 농민들에게 적잖은 피해를 주고 있지만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이유로 당국이 이 새를 죽이면 사법처리하겠다고 농민들에게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1986년까지만 해도 농민들은 자신들이 사육하고 있는 양 등 가축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축들을 노리는 이 앵무새를 총으로 사살할 수 있었으나 최근 들어 그 숫자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당국이 이제는 사법처리라는 채찍까지 들고 앵무새 보호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녹색 빛이 감도는 깃을 가진 이 앵무새는 몸집이 보통 앵무새보다 큰 데다 음식물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순서대로 물체를 밀거나 당길 수 있을 만큼 지능이 뛰어나고 호기심도 많아 사람들에게 뜻하지 않은 구경거리를 제공하는 새로 잘 알려져 있다.

주로 깊은 산속에서 볼 수 있는 이 새는 사람들이 여행을 하다 잠시 쉬면서 아무데나 벗어 놔둔 옷가지 등을 뒤져 주머니 속에 든 물건들을 밖으로 끄집어내거나 아예 옷가지를 물고 날아가 버리는 경우도 있고 길가에 세워둔 자동차의 유리창 연결 부분을 부리로 쪼아 고무를 떼어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 정도는 오락으로 봐줄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 앵무새가 고원지대 목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양들을 잔인하게 공격해 잡아먹는다는 데 있다.

이 새는 주로 풀을 뜯고 있는 양의 몸통 위에 내려앉은 뒤 부리와 발톱을 이용해 양의 몸통을 파고들어 콩팥을 떼어내 먹음으로써 양들을 고통 속에 서서히 죽어가게 만드는 잔인한 식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뉴질랜드 농민연합의 한 대변인은 뉴질랜드 언론에 케어의 공격은 오랫동안 고원지대 농민들에게는 커다란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며 "새들은 양의 몸통 위에 내려 앉아 등을 부리로 쪼아 주로 콩팥 부위를 공격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남섬 마운트 쿡 국립고원 부근에 2만ha 규모의 목장을 갖고 있는 로스 아이비는 "종종 케어에게 양을 잃는 것 정도는 우리가 살면서 겪어야 할 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자연보호부의 앤드루 그랜트 대변인은 케어는 기회주의자로 거친 고원지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새라고 말했다.

그는 케어를 보호하면서 한편으로 농민들이 기르는 가축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취할 것이라며 농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대책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케어들을 붙잡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문제를 비롯해 다각적인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며 그러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다 놓는다고 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지 의문이라며 농민들의 피해가 계속된다면 문제를 다시 원점에서 검토해야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케어는 뉴질랜드 남섬에 많이 사는 앵무새로 세계에서 가장 지능이 뛰어난 새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개체 수는 1천 마리에서 5천 마리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