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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전' 지정만 해놓고…몸살 앓는 북한산 습지

박수택

입력 : 2008.09.21 20:38|수정 : 2008.09.2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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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생명의 보금자리인 습지가 서울 북한산 자락에도 있습니다. 보전지역으로 지정은 됐지만 관리가 허술해서 없어질 지경입니다.

박수택 환경전문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산 의상봉이 우람하게 솟은 자리 아래쪽, 서울 진관내동에 습지가 누웠습니다.

애기부들을 비롯해서 보라색의 물옥잠, 물달개비 같은 습지 식물이 자랍니다.

골짜기 묵논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자리입니다.

서울시가 6년 전에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축구경기장 두 개를 합친 것보다 넓지만 계속 훼손돼서 원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습지 한 복판은 아예 맨땅으로 변했습니다.

밖에서 흙을 날라다 메웠기 때문입니다.

습지 식물이 자라야 할 자리엔 가져다 심은 조경용 나무들이 들어찼습니다.

[윤형순/습지생태조사 자원활동가 : 웅덩이가 메워지고 그런 생물들이 없어지고, 그러면 막 이렇게 한번씩 올 때마다 진짜 가슴이 너무나 아파요.]

관련 법규의 엇박자 탓입니다.

'자연공원법'으로는 국립공원 구역에서 땅주인이 논을 메워 조경수를 심는 것도 농사로 인정합니다.

습지훼손에 과태료를 물린다는 서울시 '자연환경보전조례'는 있으나 마나입니다.

보전하기 위해 땅을 확보하는 방식도 시 조례의 상위법인 '자연환경보전법'에 '협의매수'로 묶여있습니다.

[최윤송/서울시 자연생태과장 : 토지 소유주는 보다 좀 많은 액수를 원하고, 우리는 어느 정도의 기준이 있기 때문에 기준 이상은 줄 수가 없다라는 거고, 하다보니까 교착상태에 지금 들어가 있는 겁니다.]

습지와 주변은 쓰레기와 농약으로 오염되고 있습니다.

말라가는 습지엔 버드나무만 늘어갑니다.

[유정칠/경희대 생물학과 교수 : 다른 곳으로 물길이 만들어지고 이러다보면 원래 기능이 생태적 중요한 생물을 부양할 수 있는 기능이 사라지는 그런 현상을 맞게 되죠.]

서울시와 국립공원당국, 땅주인들이 등 돌리고 있는 사이에 북한산 명물 습지는 사라질 위기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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