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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부호들 욕망에 희생된 아동 낙타기수들

입력 : 2008.09.15 09:29

'사막으로 사라진 아이들' 출간


지난해 9월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은 중동 지역의 어느 왕실이 어린이 낙타 기수의 인권침해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서 고소를 당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에 있는 어린이 낙타 기수의 가족들을 위해 소송을 제기한 변호사들은 유괴되거나 부당한 계약에 희생된 아이들이 국제밀수시장을 거쳐 중동지역 낙타 경주 업계로 팔린다고 주장했다.

중동의 부자들이 여흥으로 즐기는 낙타경주를 둘러싼 어린이 인권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기수의 몸무게가 적게 나가야 낙타 경주의 승산이 높아지기 때문에 어린이들을 기수로 만들기 위한 인신매매는 물론 일부에서는 성장억제호르몬 주사까지 강제로 맞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제3세계 아이들의 고통받는 현실을 다룬 작품을 주로 써온 영국 작가 엘리자베스 레어드는 '사막으로 사라진 아이들'(뜨인돌 펴냄)에서 BBC 뉴스의 내용처럼 거짓말에 속아 두바이의 낙타 막사로 팔려간 파키스탄 소년 라시드의 이야기를 통해 부호들의 욕망 아래 이뤄지는 중동 어린이들의 인권실태를 고발한다.

파키스탄 시골에 살고 있던 여덟 살 소년 라시드에게 어느 날 삼촌이 찾아온다. 낯선 남자와 함께 온 삼촌은 가난한 과부인 라시드의 엄마에게 라시드를 일 년 동안만 부잣집 아이의 놀이상대로 보내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한다.

장난감 차도 가질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진 라시드는 네 살배기 동생 샤리와 함께 낯선 남자를 따라 두바이로 떠난다. 하지만 처음 약속과는 달리 라시드가 도착한 곳은 사막 한 가운데 있는 낙타막사였고 동생 샤리와도 헤어지게 된다.

야세르라는 새 이름을 받은 라시드는 자유도 빼앗긴 채 노예처럼 낙타 기수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 한창 자랄 나이이지만 체중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그에게 주어지는 것은 사발 바닥을 겨우 덮는 한 줌의 밥과 그 위에 얼룩처럼 박혀있는 콩 몇 알뿐이다. 라시드는 심지어 아이들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전기 막대기로 아이들을 찌르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동생 샤리의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낙타 등에서 떨어진 뒤 낙타에 밟혀 중상을 입은 네 살 배기 소년은 동생의 소식을 듣고 찾아온 형에게 "내가 낙타도 잘 못 타니까 의사도 안 부를 거래. 난 그럴 가치도 없대"라고 이야기한다.

이야기 속 라시드와 샤리는 아랍에미리트 정부에서 로봇 기수를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면서 결국 고향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현실은 다른 듯 하다.

저자는 "2005년 낙타막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알려진 3천 명의 소년들 가운데 겨우 1천 명만이 파키스탄으로 돌아갔다"며 아직도 수천 명의 아이들이 여전히 뜨거운 사막에서 일하고 있거나 아직 악습이 없어지지 않은 이웃나라에서 기수로 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그는 "악덕 상인들에게 팔려 고향과 가족을 떠나 영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의 먼 나라에서 노예처럼 일하고 있는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라고 말했다.

이승숙 옮김. 280쪽. 9천500원.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