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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그물엔 온통 다시마 천지…속타는 덕적도

김요한

입력 : 2008.09.14 20:30|수정 : 2008.09.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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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뉴스>

<앵커>

풍성하고 넉넉해야할 한가위 명절에 서해 덕적도 어민 분들은 답답한 속만 태우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꽃게 철인데도, 꽃게를 구경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 사연을 김요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75km 떨어진 덕적도입니다.

예년 같으면 어선 한 척이 섬 주변에서 하루 평균 500kg 넘게 꽃게를 낚아 올렸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릅니다.

그물이 온통 다시마 천지입니다.

300m짜리 그물에서 잡아 올린 꽃게가 단 3마리입니다.

바닷물 아래 떠 다니던 다시마가 엉키면서 그물을 망쳐 놔 꽃게가 걸릴 틈이 없습니다.

어민들은 울상입니다.

[덕적도 어민 : 이거 그물값도 안 나오고, 인건비도 안 나오고, 기름값도 그렇고 대책이 없는 거예요. 큰일 났다니까요. 굶어 죽게 생겼는데 심정이야 말할 것도 없죠. 죽고 싶은 마음 뿐이죠.]

꽃게 수확량이 급감한 건 지난해 8월 덕적도 주변에 다시마 양식장이 들어서면서 부터입니다.

해당 군청이 섬 주민들의 수입원을 늘린다며, 다시마 양식을 장려한 겁니다.

군청 담당자는 양식장에서 해류를 타고 포자가 퍼져 나간 뒤, 올들어 다시마가 근해로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태완/옹진군청 수산증식과장 : 양식 사업을 더 확대하지는 않겠지만 해양생태학적으로 오히려 더 좋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옹진군에서도 참 고민이 많습니다.]

다시마 양식업자들은 꽃게 포획구역은 넓기 때문에 조업 장소를 옮기면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서해 다른 어장에서 꽃게가 많이 잡혀 값은 떨어진 반면, 기름값은 치솟아 바다 멀리 나갈수록 손해라는게 어민들의 설명입니다.

풍요로워야 할 한가위 명절에 이 곳 20여 가구 주민들의 속은 타들어 갑니다.

[덕적도 어민 : 우리한테 명절.. 이거 이래가지고 명절 쇠겠습니까?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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