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정준형 기자입니다.
'콩값 오르면 두부값도 오른다!' 어떻게 들리십니까?
당연한 소리 같지 않은가요?
'밀가루값 오르면 짜장면·라면값도 오른다'는 말이나 같은 이치겠죠.
웬 생뚱맞은 소리냐고 하실텐데요.
오늘은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추경예산안과 관련해 의견을 나눠볼까 합니다.
12일 새벽 한나라당이 추경예산안을 강행처리하려다 무산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거대 여당의 무기력함이 드러났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냐 마냐"
"다음에 또 강행처리 할까 말까?"
"향후 정치 일정은 어떻게 될까?" 등등 일 것입니다.
추경안 처리와 관련한 12일 새벽의 희극적 사태에 대해서는 정치부 동료인 박병일 기자가 자세한 내용을 취재파일에 올려놓았으니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추경예산안 논란과 관련해 제가 말하려고 하는 부분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추경안의 쟁점이 뭐길래 여야가 합의를 못보고, 거대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려다 망신을 사게됐을까라는 부분입니다.
정부가 제출한 4조9천억 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둘러싼 쟁점은 이른바 '공기업 손실보조금' 문제입니다.
다시말해 추경안 가운데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와 한국가스공사'라는 두 공기업에 각각 8300억 원, 4200억 원씩, 합해서 1조2천5백억 원을 손실보조금 명목으로 지급하도록 했는데, 이를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하고 나선 것입니다.
추경예산안의 법적 근거가 되는 국가재정법을 보면 추경안의 요건으로,
1)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2)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3)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할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제한돼있습니다.
이 세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추경예산안을 편성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와관련해 먼저 정부·여당의 주장부터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공기업에 대한 손실보전은 추경 요건에 해당된다.
추경의 두번째 요건에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돼있는데 미래 경기침체 등을 우려해 추경안을 짤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둘째, 추경안 통과안되면 전기.가스요금 인상된다.
추경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켜 한전과 가스공사에 대한 손실보전을 해주지않을 경우 추석이후 큰 폭의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입니다.
셋째,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될 경우 전반적 물가상승 압박 요인이돼 서민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의 주장을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한전과 가스공사에 대한 손실보전금 지급이 법률적 추경편성 요건 세가지 가운데 어느 한곳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둘째, 공기업의 자구노력이 선행 노력없이 보조금부터 주면 공기업의 모럴 해저드가 심화될 수 있다.
셋째, 한전과 가스공사에 대한 손실보전금을 전액 삭감해서, 대학생 학자금, 노인 틀니, 영업용 택시 손실 보전 등 민생지원 예산으로 돌려야한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됐고, 여당이 12일 새벽 추경안을 강행처리하려다 무산되는 사태로까지 번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전측의 주장을 한번 볼까요.
한전은 지난 10일 국회 지시경제위원회 제출한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당기 순손실이 1조9132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고했습니다.
지난해말부터 석유와 석탄·가스 같은 발전연료의 국제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전기요금은 계속 동결되는 바람에 경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주장입니다.
(**가스공사의 경우 액수만 차이날 뿐 주장은 비슷합니다.)
이에따라 한전은 올해 상반기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8.9%, 하반기는 6.4~9.0%로, 연간 기준으로 보면 필요 인상률이 15.3~17.9%라고 밝혔습니다.
이와관련해 김쌍수 한전 사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콩값이 올라가면 두부값도 오른게 이치다. 선진국처럼 연료비 가격 변동을 그때 그때 반영해 조정하는 연동제가 필요하다. 지금은 전기가 상대적으로 싸니까 온실에서도 전기로 난방을 하는 엄청난 에너지 손실이 생기고 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도 지난 10일 브리핑을 통해 "10월 1일부로 전기요금이 5%, 가스요금이 7.8% 오를 예정인데, 추경안이 처리되지않으면 전기요금은 추가로 2.7%가 가스요금은 추가로 3.4%를 인상해야한다" 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야당은 당연히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려한다며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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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90년대 SBS 사회부의 민완기자였던 정준형 기자는 법조팀과 경제부 등을 거쳐, 사회부 사건팀을 이끄는 시경 캡을 역임한 뒤 지금은 정치부 야당팀의 현장반장으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때론 거칠면서도 정이 듬뿍 넘치는 인간미가 담긴 뜨끈뜨끈한 기사들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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