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가정사에 대한 상처를 갖고 있던 20대 청년이 가정사를 들먹이는 선배를 살해한 뒤 사체를 잔인하게 버린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A 씨는 10대 초반에 아버지 사업의 부도로 부모의 이혼을 겪어야 했고 재혼한 아버지와 같이 살았다.
A 씨의 친어머니는 식당 등지에서 일을 하며 어렵게 살았고 A 씨는 어머니의 이런 형편을 늘 안타까워했다.
성장하고 나서도 A 씨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가정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아버지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 A 씨는 10살 정도 많은 선배 B 씨를 알게 돼 친하게 지냈다.
그러던 중 B 씨가 불쑥 A 씨와 아버지의 성격을 비교하는 이야기를 꺼내자 A 씨는 B 씨가 마시는 커피에 세척제를 탔고 B 씨는 구토 증세를 보이다 괜찮아졌다.
B 씨는 회사 세금 문제로 매입과 매출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A 씨에게 3천500만 원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뒤 "아까 말한 것 때문에 화가 났느냐"면서 또 다시 A 씨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A 씨는 심한 모욕감을 느껴 B 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A 씨는 B 씨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손가락을 모두 잘라 시신과 따로 버리고서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B 씨의 아내가 걱정하자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하며 "곧 돌아올 것"이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범행이 발각됐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배기열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A 씨가 모멸감을 느끼고 3천500만 원이 탐이 나 B 씨를 살해한 후 사체를 훼손·유기한 것으로 A 씨가 느꼈을 배신감이나 탐욕에 비해 한 사람의 생명을 박탈한 범행 결과가 너무나 중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지만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범행 수법이 매우 잔인한데다 피해자 유족과 합의도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