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정치

[여의도 박 반장] 국회의원 체포는 하늘의 별따기?

박병일

입력 : 2008.09.05 15:05|수정 : 2008.10.15 01:48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은 범죄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법무부가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때마다 여당과 야당이 보여준 판에 박힌 반응은 어제(4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법무부가 어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민주당 김재윤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여와 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이미 체포동의안 제출이 임박했음을 알고 있던 기자들 대부분 아침부터 "여야가 또 한바탕 붙겠군.."이라며 여야의 반응을 취재하던 중, 새로운 돌발 변수가 나타났습니다. 변수의 주인공은 김형오 국회의장이었습니다.

김 의장은 두 의원의 체포 동의안 처리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 되겠지만,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기소가 원칙"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기본권 보호 차원에서 인신 구속은 신중해야 하고, 여야 간에 날카로운 대립이 일어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처리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곧바로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시다시피 김형오 국회의장은 의장에 선출된 직후 법에 따라 탈당을 했지만 한나라당 소속이었습니다. 한나라당은 두 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왔는데, 이런 친정의 입장과 정반대로 국회의장이 처리에 난색을 표하고 나선 겁니다. 여당에서는 "도대체 국회의장, 왜 저래?"라는 푸념이 흘러나왔고, 반대로 야당에서는 "국회의장의 선택은 정당하다"는 칭찬이 쏟아졌습니다.

국회의장의 체포동의안 처리 난색 표명 이후 기자들의 관심은 다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쏠렸습니다. 원내대표실에서 만난 홍 원내대표의 얼굴은 사뭇 상기돼 있었습니다. 애써 감정을 누그러뜨리면서 "국회의장의 그 같은 입장 표명은 형사사법의 일반론을 언급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국회의장이 일반론의 차원에서 국회의원의 인권도 보호돼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지, 동의안 상정을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해석을 내놓으며 의장을 설득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국회법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직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반드시 보고해야 하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 처리해야 합니다. 오늘 (5일) 오후 2시에 본회의가 예정돼 있으니 보고가 이뤄질 것이고, 오는 8일 오후 2시 이전까지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표결 처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회의장이 오는 8일에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을 경우 체포동의안은 자동 폐기되며, 또 국회의장이 체포동의안을 상정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제재 조항이 없습니다. 체포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해 왔던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국회의장이 체포동의안을 상정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국회 과반수를 훨씬 넘어선 거대 여당이라 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는 셈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국회의원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혐의가 인정된다 해도 면책특권이 있기 때문에 회기 중에는 검찰이 체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16대 국회 당시 15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됐으나 단 1건도 통과되지 못했고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유지하려고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방탄 국회'가 남발됐었습니다. 17대 국회는 '개혁 국회'를 표방했지만 2004년 6월29일 박창달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했고 '방탄 국회'와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2005년 7월28일 국회법을 개정해 현재와 같이 72시간 이내에 반드시 표결처리하도록 했던 겁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국회의장이 체포동의안을 상정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체포동의안 처리는 어렵습니다. 물론 국회의장으로서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국회가 다시 파행하는 것을 원치 않는 만큼 국회의원 감싸기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상정 불가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문국현 대표나 김재윤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야당이 주장하는 대로 야당에 대한 탄압이라던가 아니면 다른 목적을 지닌 표적 수사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반대로, 여당이 주장하는 대로 "국회의원은 죄를 지어도 괜찮다는 말이냐?"라며 이번에는 국회가 동료의원 감싸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국회가 법을 만드는 곳이면서도 법적인 논리보다 정치적 논리가 우선하는 곳임을 지난 과거 사례들을 통해 충분히 봐 왔던 국민들로서는 아무래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 대한 강한 불신과 불만이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자.. 네티즌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과연 국회의장은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상정해야 할까요? 하지 말아야 할까요?

 

[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