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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야! 너 없이 어떻게 사니?"

김정기

입력 : 2008.09.04 17:46


휴대전화는 이제 필수품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젠 휴대전화 없이 생활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이 말은 무슨 뜻인지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먼저 아래 글을 한번 보시죠.

지난 일요일 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분을 모시고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경기도에 위치한 제 집에서 출발해 고속도로를 이용해 이 분 댁으로 가는 도중이었습니다. 집에서 출발한지 30분이 지났을 때 제 주머니 속에 휴대전화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고속도로 위에서 유턴을 해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승용차 안에서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그냥 목적지를 향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 제가 이분 댁 근처에 도착하면 전화를 걸기로 약속을 했던 겁니다. 내가 왜 이렇게 약속을 했을까 하는 후해도 했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제 집에 전화를 걸어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전화번호를 확인하는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근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공중전화를 이용해야 하는데, 요즘 공중전화를 찾기가 정말 어렵더군요. 여러분들은 최근 공중전화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공중전화 찾기 정말 힘듭니다. 휴대전화 보급 확대로 공중전화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KT측이 수익보다 유지비가 더 많이 든다는 이유로 많은 공중전화를 철거했습니다. 골목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어렵게 공중전화를 찾았습니다. 잃어버린 중요한 물건을 다시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전화가 카드 전용이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요즘 전화카드 갖고 다니는 사람 많지 않을 겁니다. 결국 공중전화도 사용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골목에 있는 작은 가게에 들어가 가게 전화를 쓰기로 했습니다. 가게 안에는 다행이도 전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게 주인은 냉정하게도 가게 안에는 전화가 없다고 주장하더군요.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가게를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제 입장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정말 당황스럽더군요.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하라고요?! 제가 그 생각을 왜 안했겠습니까? 그러나 적어도 두 통화, 그리고 제 휴대전화 단말기에서 제가 만나야 할 분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통화 시간이 필요합니다. 누가 좋아 하겠습니까? 특히 골목길이다 보니, 행인도 없더군요. 정말 답답했습니다. 가정집에 들어가 양해를 구하고 전화 통화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누가 처음   보는 사람한테 집에 들어와 전화를 이용하라고 하겠습니까? 요즘 같은 무서운 세상에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이 있듯이 저에게도 희망이 생겼습니다. 중국집이 보였습니다. 중국집은 배달을 하기 때문에 전화는 당연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들어가서 주인에게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흔쾌히 승낙을 하셨습니다. 결국 약속시간보다 30분 늦게 그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개인적으로 처음이었습니다.

TV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기기 없으면 이렇게 고생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지하철에서 노선표를 보시는 분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휴대전화에 있는 노선표를 이용하면 최단거리, 목적지까지의 소요시간까지 바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가 없으면 지하철 이용도 불편해졌습니다. 또 있습니다. 휴대전화에 전자사전 기능이 추가되면서 일단 종이 사전은 물론 중학교 학교 때 많이 만들어 사용하던 암기용 영어단어장도 사라졌습니다. 모두 휴대전화 하나로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 많은 분들이 지하철 안에서 DMB폰을 이용해 금메달 순간을 시청했습니다. 금메달 획득 순간이 퇴근 시간에 몰리면서 DMB를 통해 올림픽을 시청하는 분들이 어느 때보다 많았습니다. 그러나 DMB폰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다들 소형 라디오를 통해 아나운서 음성으로만 세계적인 이벤트를 감상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손바닥 크기의 휴대전화가 우리 삶에 이렇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껴 본 적이 있으신가요? 휴대전화 없이 하루만 생활해 보세요.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오늘 주머니 속에 있는 휴대전화를 꺼내시고 부드러운 손수건으로 한번 닦아주세요. 주인을 위해 매일 고생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