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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폭력 시위?

유재규

입력 : 2008.08.29 16:23|수정 : 2008.10.07 16:02


기세가 많이 수그러들어 참가자가 많이 줄었고, 자연스레 언론의 관심에서도 멀어졌지만... 아직도 소규모로 촛불 시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8월 12일 동아일보에 기사가 하나 뜨면서 다시 촛불시위 관련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8월 9일 자정쯤 명동 성당 앞에서 이어진 시위에서 일부 참가자가 진압 경찰에 염산이 든 음료수 병을 던졌다는 겁니다.

현장에선 하얀 연기가 피어 올랐고, 다행히 염산병을 맞은 사람은 없었지만, 만약 맞았다면 실명에까지 이르렀을 것이니... 경찰이 투척자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겁니다.

경찰은 흰 연기가 피어오른 것을 근거로 농도 35%의 공업용 염산이라고 추정했고, 국과수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농도 5.2%로 희석된 염산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때부터 인터넷에선 진위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염산이 맞다면 유리병 조각을 만진 사람이 어떻게 멀쩡하냐서부터, 유리병을 던진 건 맞지만 그 안엔 식초와 카나리 액젖이 있을 뿐이었다는 주장까지...

그러나 경찰이 채증 자료를 토대로 쭉 수사를 벌여서 관련자들을 하나씩 잡아들였습니다.

을지로 4가의 화공약품상에서 35%짜리 염산을 구입해서 음료수 병 20개에 나눠담았고, 이 중 10개를 던졌다는 것까지 밝혀냈죠.

시너와 등유를 섞고 심지까지 붙인 화염병도 3개를 만들었지만 던지진 않았다는 진술까지 받아냈습니다. (증거는 못 찾았기에 범죄 혐의로 입증은 못했죠.)

이 사람들은 특별한 직업없이 소일하는 사람들로 시위대의 주장에 공감해 시위에 나온 게 아닌 단순 사회 불만 세력으로 폭력 시위에 나선 것이라며 이런 사람들은 반드시 솎아낼 필요가 있다고 경찰은 자랑스럽게 '보도자료'를 뿌렸습니다.

여기까진 아무런 무리가 없습니다.

촛불 시위대의 일부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고, 이런 사람들 때문에 비폭력의 기조가 무너지면서 촛불 시위대 전체에 안 좋은 이미지를 씌우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경찰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갔습니다.

이 사람들이 일종의 조직체를 결성해 조직적으로 폭력 시위를 주동해왔다는 겁니다.

회장에 대변인, 총무, 참모 등의 직책을 두고 정기적으로 회의를 해 꺼져가는 촛불을 살리기 위해 좀더 강경하게 나가야한다며 폭력 시위를 주동했고, 그러다보니 염산까지 나왔다는 것이죠.

과연 그럴까요??

회장이란 사람은 별다른 직업 없이 소일하는 사람인데요.

6월초, 프레스센터 앞에서 소일하다가 시위대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자주 시위에 나가다보니 얼굴이 익은 사람들이 생기고 이들끼리 밤샘을 같이 하면서 자연스레 친해졌습니다.

자기들끼리 '열혈 국민'이라고 모임 이름을 만들고 술자리에서 너가 회장이다, 글면 난 대변인이다 뭐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폭력 시위 조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딴판이죠.

이 사건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농도 35% 염산이 왜 5.2%가 됐느냐란 부분입니다.

경찰은 이들이 염산을 던질 때 전혀 희석하지 않은 염산을 유리병에 넣었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농도가 희석된 건 던진 이후에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에 호수로 물을 뿌려댔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물이 도로에 흘러 희석이 됐다는 게 경찰 주장입니다.

또 시료 채취를 도로에 떨어진 지 2시간 정도 지나서 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결국 던질 땐 35%짜리를 던졌다는 거죠.

하지만 이들은 유리병에 염산을 넣다가 너무 냄새가 강해서 물을 섞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염산을 던진 행위 자체는 맞기에 분명 잘못된 행위입니다만, 35%와 5.2%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둘 다 눈 부위에 들어가면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 물질이지만, 피부에 닿는다면 35%는 심한 화상, 5.2%는 약한 물집이 생길 정도입니다.

희석을 했느냐의 여부는 이들의 악독성을 드러내는 척도가 될 수 있는 거죠.

이 부분은 여전히 뭐가 진실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경찰은 이들이 염산 투척 이후 경찰에 잡히면 '뉴라이트나 한나라당이 촛불을 끄기 위해 필요하다며 폭력 시위를 조장해달라고 돈을 줬다'라는 진술까지 하며 용의주도하게 모의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회장이란 사람은 분명 이상한 주장을 했습니다.

6월부터 자기에게 어떤 사람이 오더니 '깃발의 수와 어디서 들고 나왔는지'에 대한 정보를 모아오면 돈을 주겠다고 제의를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5만 원 정도씩 이렇게 돈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최근엔 뉴라이트 쪽으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폭력 시위에 나서달라고 했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죠.

하지만 다른 피의자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회장이 저런 말을 하는 건 맞는데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다'라는 겁니다.

회장이란 작자는 저런 말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이슈를 만들어 구명운동을 해볼까 했던 의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저런 정치적 쟁점을 조직적으로 꾸며냈다고 보기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기에게 필요한 사실들만 부각시키는 걸 '초를 친다'고 저희는 부릅니다.

경찰 보도자료는 각종 초로 뒤범벅이었죠.

하지만 분명한 건 시위에서 '염산'을 진압 경찰에게 뿌려대는 건 뭐라해도 변명할 길이 없는 잘못이란 겁니다.

촛불 시위대가 6월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요.

하지만 여전히 이런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시위대를 대표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이래저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편집자주] 유재규 기자는 2005년 SBS 기자로 입사해 국제부를 거쳐 사회2부 사건팀 기자로 취재 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취재로 우리 일상의 사건.사고와 숨은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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