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본관 건물의 보존 문제를 놓고 극명하게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서울시와 문화재청 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8일 "6년 전 서울시청 본관에 대해 등록문화재로서의 가치조차 인정할 수 없다던 문화재위원회가 이제는 이를 사적(史蹟)으로 가지정했다"고 포문을 열었고, 이에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2002년 당시 현장 조사를 벌인 전문가 두 명 중 한 명이 등록을 주장하고 다른 한 사람은 보류 의견을 냈을 뿐"이라며 서울시가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양측의 수장까지 가세한 두 기관의 대립은 시청 본관의 가치를 둘러싼 공방으로 발전하고 있다.
◇문화재적 가치 "있다 vs 없다" = 서울시는 문화재위원회가 지난 26일 '사적'으로 가지정하는 방법으로 복원공사를 중단시킨 시청 본관 건물의 문화재적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
김효수 시 주택국장은 "시청 본관 건물은 사적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며 "그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보수·보강을 했기 때문에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재료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 시장도 서울시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런 견해에 동조했다.
그는 2002년 서울시 청사의 등록문화재 등재 여부를 심사했던 문화재위원회가 보존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등록문화재 등재를 보류시킨 적이 있다며 해체 공사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서울시는 1930년대에 지어져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사저로 사용된 이화장(梨花莊)이 역사적 가치가 있다며 서울시 지정 기념물에서 사적으로 승격해 달라고 문화재청에 최근 요청했다.
따라서 서울시는 1926년 일제 강점기에 경성부 청사로 건축된 본관 건물의 역사적 가치가 나중에 세워진 이화장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한 셈이 됐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서울시가 부인하는 시청 본관의 가치를 강조하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본관 건물의 주요 부분에 건축 당시의 기술 수준과 재료 등을 보여주는 모습이 남아있어 보존해야 할 사료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이다.
서울시청 본관과 부속 건물인 태평홀은 일제가 지은 르네상스 양식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다.
본관을 위에서 내려다 보면 '본(本)'자 형태여서 이미 철거된 '일(日)'자 모습의 조선총독부 건물과 함께 일본이 우리 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지었다는 설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는 시청 본관의 완전 철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화재청은 이에 대해 "치욕적인 과거의 역사적 체취가 묻어있는 현장과 유물도 보존할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로 맞서고 있다.
◇보존방식 놓고도 대립 = 오 시장은 28일 저녁 개인블로그(blog.naver.com/ohsehoon4u)에 올린 '신청사와 문화재'라는 글에서 "문화재를 보존하는 방법으로 '원형보존'만이 유일한 정답일까"라고 반문하면서 철거를 통한 이전.복원을 추진하려는 서울시 계획에 제동을 거는 문화재청을 비판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시청 본관 전면부의 전면부(파사드)만 남긴 채 내부를 현재적으로 재해석해 복원하는 방식은 이미 많은 도시들이 활용하고 있는 보존 방식"이라며 독일 국회의사당과 서울시립미술관 등의 사례를 제시했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문화재위원회의 권고를 부분적으로 받아들여 본관 중앙홀과 돔을 현재 상태대로 보존하고 태평홀에 대해서는 해체한 뒤 이전 복원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문화재를 철거 후 재축조하는 경우는 야만적인 문화재 파괴 행위에 다름 아니고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볼 수 없다"며 서울시와의 대립각을 한층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 태평홀 철거 강행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문화재위원회의 사적 가지정으로 촉발된 후 나흘째 이어진 두 기관의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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