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가까운 파행 끝에 원구성이 되던 지난 26일...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그 전날에 이어 이날도 당 지도부 회의 모두 발언에서 "지난 10년간 우리 한국사회에는 좌편향적인 정책이 많았다. 이번 정기국회는 10년 좌파정권의 정책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이 가만 있을리 없겠죠. 정세균 대표는 27일 "민주정부가 10년간 만든 개혁정책을 한나라당이 뒤로 돌려놓겠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정기국회를 통해 한국을 20~3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계획인데 이는 옳지 않다"고 대응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는 올드보이들이 올드웨이로 국정을 꾸려가고 있다"면서 "70~80년대식 개발독재에 단호히 맞서 나가겠다”고도 했습니다. 9월 정기 국회의 대립각이 "좌파 척결" 대 "독재 타도"의 구도로 만들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어제(27일)는 탈북자를 가장해 입국한 뒤 국내에서 암약했던 여간첩이 붙잡혔습니다. 여당이 좌파 척결을 외친지 불과 이틀 만인데, 기자들 사이에서는 여권의 좌파정책 척결 발언이후 하루 이틀새에 일어난 일인 만큼 설왕설래가 좀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28일),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이런 논평을 냈습니다.
"어떻게 해서 북한을 상대로 싸워야 할 군인을 상대로 무시로 북한 찬양을 할 수 있었나. 윗선에서 신호를 보내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이것도 10년 좌파정권의 적폐다. 간첩도 잡아야 하지만 친북용공 풍토도 잡아야 한다"
또, 홍준표 원내대표는 오늘 "국가정보원이 연말까지 체제를 재정비해 국가안보와 국가 정책의 장기과제 등과 관련해 거듭날 것으로 주문했다"면서 "현재 국정원 체제정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관련 부처의 강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한나라당이 최근 일련의 움직임은 보수세력의 결집을 꾀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추세에 있고 이는 쇠고기 정국 동안 유약한 정권의 모습에 실망한 보수 세력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는 교훈으로 받아들여진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엔 민주당을 한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한마디로 공안정국 조성이 본격화됐다는 반응입니다. 특히, 한나라당이 "정기국회를 10년간 좌편향정책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겠다"며 대대적인 정책기조 전환 움직임을 보인 것에 맞서 이를 '반민생', '반민주', '반평화'로 규정하고 3대 분야 투쟁운동을 전개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과 중소기업 희생, 부동산 투기부활, 물가폭등, 복지축소 등을 <반민생>, 언론장악과 네티즌 탄압, 낙하산 비리 등을 <반민주>, 남북공동선언 무력화와 국제적 고립자초 등을 <반평화>로 규정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를 개발독재의 부활로 몰아가면서 소외계층이나 민주세력 규합에 나서려는 모양새입니다.
좌파척결 vs 독재타도... 우리 정치권이 보혁 갈등을 이념적 대립과 결합시켜 스스로 확대 재생산하도록 부추기는 구태를 올해도 여지없이 반복하려는 듯 합니다. 해방정국 이후 끊임없이 우리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좌우 이념적 대립 구도는 군사정권 시대에는 반독재 투쟁과 맞물려 민주대 반민주 구도로 외피만 바꾸었을 뿐이었고, 문민정부 수립이후에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뿌리깊에 남아있는 고질적 병폐인 듯 합니다. 정치권이 이를 부추겨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노릇이고요.
사상이나 이념적 차이를 무시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양한 이념과 사고가 끊임없이 대결하고 상호 견제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것이 세력 결집을 위해 인위적으로 이념 대결을 부추기거나 이념적 대립 구도를 재생산하려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었음을 우리 역사가 말해줍니다.
우리 국민의 높아진 안목과 평가 능력을 결코 무시해선 안될 겁니다. 또, 이념이나 사상적 차이 그리고 좌우의 대립보다는 보다 풍요롭게 살 수 있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게 살 수 있는 한마디로 먹고 사는데 큰 고민을 하지 않게 해주기를 바라는 국민들에게 정치권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려는 좌우 대립구도는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할 겁니다. 여야가 이념 공방에 파묻혀 각종 민생 법안을 만들어 내거나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등 생산적 국회활동에 차질을 빚게 된다면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공멸하게 될 것임을 우리는 충분히 경험해 왔습니다.
어제(27일)는 석달 파행 끝에 새로 뽑힌 상임위원장단이 함께 모였습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자"고 제의하자 모두들 흔쾌히 "yes"를 외쳤습니다. 결코 말 따로 행동 따로가 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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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0년전 '출동 코끼리 기자' 또 '박병일 기자의 현장출동!' 등에서 맹렬하고 거침없는 시사고발 취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병일 기자는 현재 차장이 되어 정치부 여당팀의 현장팀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제는 연륜까지 더해진 깊이있는 정치 기사가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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