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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 반장] 분열이 남긴 상처

정준형

입력 : 2008.08.24 03:51|수정 : 2008.10.15 01:45


정치부 정준형 기잡니다. 제가 정당팀에서 민주당을 출입하며 취재하다보니 민주당 이야기를 자주 하게됩니다. 오늘은 민주당과 관련해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합니다.

아마 사회 생활하시면서 이런 말을 들으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해방이후 좌익과 우익으로 분열돼 극심한 혼란을 빚던 당시 상황에서 다함께 뭉쳐야 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위해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정치권에서도 이 말은 통합니다. 이른바 통합(덧셈)의 정치를 하면 살고,분열(뺄셈)의 정치를 하면 죽는다는 것이죠. 정치 전문가들이 대표적 예로 드는 덧셈의 정치 성공 사례는 두가집니다.

하나는 1997년 대선 때의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다른 하나는 2002년 대선 때의 노무현-정몽준 연합입니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덧셈의 정치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막상 집권이후 뺄셈의 정치로 일관해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이나,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자'. '강남' 등 자신이 끌어안아야 할 국민들을 한덩어리씩 쳐냈다는 것이 대표적 사례들입니다.

열린우리당 안에서도 내부 분열이 극심했고,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것은 지지층을 분열시킨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열의 정치'  '뺄셈의 정치'가 원인이었다는 오명까지 뒤집어 써야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8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당시 경선 후보였던 이명박 후보는 "뺄셈의 정치가 아닌 덧셈의 정치를 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뺄셈의 정치가 준 실패가 반면교사가 됐던 셈입니다.

오늘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뺄셈의 정치가 민주당 사람들에게 남긴 아픔에 대해섭니다.

위에서 언급했습니다만은,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당시 민주당은 주류가 따라간 열린우리당과 소수가 남은 민주당으로 쪼개졌습니다. 당시 민주당에 남았던 사람들은 이후 5년간을 '광야의 세월'이었다고 말합니다.

집권 여당에서 하루아침에 소수 야당으로 전락해 혹독한 고생을 했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광야의 세월'을 거치며 마음에 남았던 앙금과 상처가, '한'으로 응어리져 아직까지 없어지지 않았다는데 있습니다.

지난 4월 18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재탄생했습니다. 구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이 생존을 위해 다시 통합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구민주당과 통합신당이 '민주당'으로 통합된지 5개월여가 지났습니다. 지난 7월엔 전당대회를 통해 정세균 대표 등 새 당 지도부가 구성됐고, 이달 초엔 사무처 당직자 인사도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민주당 사람들의 마음 속 상처는 여전합니다. 오히려 사무처 당직자 인선 과정에서 구민주당 출신들이 대거 축출되면서 상처는 아물지않고 더 커졌는지 모릅니다.

며칠전에 직접 겪은 일입니다. 구민주당 출신 국회의원 한 분이 저를 포함한 기자들과 식사를 하고 있던 자리에,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웠던 열린우리당 출신 국회의원 한 분이 근처를 지나다 우연히 합석하게 됐습니다. 그러자 구민주당 출신 의원은 잠시 굳은 표정으로 난감해했고, 이 의원의 곁에 있던 보좌관(구민주당 출신)은 함께 있기가 곤란하다며 아예 자리를 떠버렸습니다.

함께 자리를 했던 기자들도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잠시 지속됐습니다만, 그날 일을 통해 구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가슴 속에 남겨진 상처의 깊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11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방문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난 5년 한나라당이 참 부러웠다. 정말 단결을 잘하더라. 소수파끼리 단결하는 모양이 돼서는 안되고, 늘 큰 단결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한다"

이말을 전해들은 구민주당측 사람들은 민주당을 분열시킨 장본인이 누군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겠다며 통합된 민주당이 출범한 지 5개월여가 지났습니다만,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통합을 이루려면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민주당의 최대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는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입니다. 촛불집회을 비롯해 야당에 유리한 정국이 지속됐지만, 지지율은 15%정도의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자신들 내부의 응어리진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이 오르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요.

 

[편집자주] 90년대 SBS 사회부의 민완기자였던 정준형 기자는 법조팀과 경제부 등을 거쳐, 사회부 사건팀을 이끄는 시경 캡을 역임한 뒤 지금은 정치부 야당팀의 현장반장으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때론 거칠면서도 정이 듬뿍 넘치는 인간미가 담긴 뜨끈뜨끈한 기사들을 보내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