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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상자' e지원 여는 검찰…우려도 나와

입력 : 2008.08.21 17:07

검찰 "수사목적상 불가피…범위 최소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기록원에 넘긴 28개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려 검찰이 21일 서울고법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자 전임 대통령이 남긴 기록물을 검찰이 통째로 들여다보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드디스크에는 군사·외교기밀 등 최장 30년간 볼 수 없도록 규정된 '지정기록물' 30만건 등 200만건이 넘는 자료가 담겨 있는 것으로 추정돼 만에 하나 내용 일부가 청와대나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가면 엄청난 정치적 파장이 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압수수색영장까지 받아 봉하마을 사저에 설치됐던 '복제 e지원'의 일부였던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노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복사해간 자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객관적으로 가려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 측이 임기 말에 정상적으로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은 기록물까지 추가로 봉하마을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반면 노 전 대통령측은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것과 같은 사본을 갖고 있던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었다.

검찰은 수사 목적상 노 전 대통령이 반납한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열람에 참여하는 인원과 분석 범위를 최소화해 정치적 시비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열람이 엄격히 제한되는 지정기록물의 경우 서울고법원장에게 영장을 청구했고, 나머지 기록물 열람을 위해서도 서울중앙지법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

특히 참여정부가 정상적으로 국가기록원에 넘긴 PDF 형태의 자료 204만건과 노 전 대통령의 하드디스크에 들어 있는 자료를 문서 제목 위주로 비교하고 본문 열람은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검찰이 절차적으로 현행법의 틀 안에서 노 전 대통령의 기록물에 접근하려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악용을 막기 위해 전임 대통령의 기록물 공개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대통령기록법의 입법 취지에는 반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은 군사·외교기밀 등이 포함된 '지정기록물'의 경우 대통령 퇴임 후 최장 30년까지 열람을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이를 보려면 고법원장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거나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는 헌법 개정과 같은 조건으로, 이는 그 만큼 대통령기록물에 접근하는 것을 까다롭게 하려는 입법 목적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 퇴임 이후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지정기록물이 열람되는 사례가 나온다면 향후 어느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를 후대를 위해 온전히 남겨두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 지정기록물에 대한 검찰의 열람 시도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최종 허가권을 가진 서울고법원장이 사법사상 첫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해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