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1일 1,050원대에 진입하면서 어느 정도까지 오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50원은 몇 차례 정부 개입을 거치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저항선으로 여겨졌다. 지난달 외환당국은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쏟아부으며 1,050원선을 방어했고 전날도 개장 직후 환율이 1,053.3원으로 치솟자 즉각 시장에 개입해 1,040원대로 끌어내렸다.
그러나 이날 외환시장에서 당국은 환율 상승을 강하게 저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결국 종가기준 1,050원선을 훌쩍 넘어섰다.
그렇다고 해서 당국이 환율상승을 계속 방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화의 추가적인 약세는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서민 가계에 타격을 줄 뿐아니라 부진한 내수를 더웃 짓누르는 등 경제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 환율 상승여건 성숙
1,050원 돌파는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글로벌 달러가 최근 강세로 돌아선 데다 외국인의 주식매도세, 고유가에 따른 정유사 결제수요 등으로 `매수 우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홍승모 차장은 "달러 매수세는 강한 반면 매도세는 거의 없기 때문에 당국이 1,050원을 방어하고 싶어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측면에서도 환율이 올라가는 것을 용인할 여유가 생겼다. 이달 단행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국제 원자재가격 안정으로 물가에 대한 부담이 다소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율을 계속 누를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도 반영됐다. 지난달 외환당국이 강도높게 개입한 이유는 `쏠림 현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환율 상승은 달러화 강세에 따라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당국이 개입한다고 해서 올라가는 환율을 붙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주 후반부터 달러화 강세는 조금 완만해졌는데 원.달러 환율은 이를 뒤늦게 반영하면서 이번 주 상승세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 환율상승, 물가에 직격탄
그렇다고 해서 당국은 환율상승을 그냥 두고볼 수는 없다. 환율 급등은 수입물가를 더욱 끌어올리면서 경제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7월 수입물가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50.6% 올라 1998년 2월(53.9%) 이후 1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물가의 급등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환율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수입물가 상승은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리면서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일정기간 후에는 소비자물가를 자극해 서민생계에 부담을 준다.
실제로 지난 2분기에 한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터키(16.0%)를 제외하면 가장 높았다. 한국의 산업이 석유화학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환율 상승은 수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지난 상반기와는 달리 최근에는 경쟁국인 유럽, 일본 등의 통화도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건 한국은행 조사총괄팀장은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불안 효과는 즉각 나타나지만 수출이 촉진되는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하지 않다"면서 "수출은 가격보다는 수요에 의해 늘어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전문가들 "개입 없으면 더 오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하지 않을 경우 환율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정부 눈치를 많이 볼 텐데 정부가 개입하기에는 달러 수요가 워낙 커진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개입한다 해도 쉽게 컨트롤이 되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관여하지 않으면 환율이 당분간 상당히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 이효근 경제금융팀장은 "최근 환율상승은 달러 강세라는 외부 강세 요인이 큰 데다 유가 하락으로 물가부담도 어느 정도 완화하면서 정부가 이전처럼 발빠르게 개입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면서 "앞으로 환율의 수준은 정부 개입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글로벌 달러 강세 영향으로 환율이 단기간 급등한 경향이 있지만 이같은 추세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단기적으로는 쏠림 현상도 있을 수 있어 어느 정도까지 오를 지는 예측하기 힘들다"며 "길게 봐서 4분기나 내년에는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 강세는 본질적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됐기 때문이 아니라 유럽이나 일본 경제가 어려워진데 따른 것인 만큼 달러화 강세의 힘은 점점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송재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이 단기간 과도하게 올라간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글로벌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국제 유가 및 원자재에 대한 투기 수요도 줄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환율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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