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옷에 부착하는 채증장비 도입' 논란
'VidMic'은 흔히 보는 무전기의 송신기에 동영상과 정지화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장착한 제품입니다. 송신기의 뒷면에는 디지털 카메라처럼 촬영하는 화면을 볼 수 있는 LCD모니터가 달려 있고, 케이블로 전송된 동영상은 무전기 내부에 장착된 하드드라이브에 저장된다고 합니다. 약 3.5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저장할 수 있는 이 장치의 가격은 대당 700달러 정도입니다.
제조사의 홈페이지에 가 보면 이 장치의 사용례(例)를 보여주는 동영상이 있습니다. 유튜브에서도 같은 동영상을 찾아 볼 수 있어 일단 링크해놓습니다만, 실제상황인지 아니면 연출된 상황인지 모르는데다가, 총격 장면이 있어 혹시라도 불쾌하실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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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렇게 경찰관의 현장근무 기록을 '동영상'으로 남기면 범죄 현장에서 경찰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나중에 판단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동영상으로 촬영된 검거나 진압 장면을 모아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동영상은 말과 글로는 다 설명하거나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법정에서 굉장히 신빙성있는 '증거'로 작용합니다. 장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도 공판 중심주의의 사법 제도 아래서 법정에 제출할 수 있는 자료의 신빙성을 제고하려는 것이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근무중인 경찰관에게 '위해'를 가하는 공무집행방해의 경우 유죄를 증명하는 것 경찰의 몫이기 때문에 경찰로서는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를 억울한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그동안 작지 않았을 거라는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동영상처럼 급박한 진압 상황이나, 경찰의 설명처럼 명백한 공무집행방해가 아닌 일반 업무의 경우 이 장치의 과도한 사용은 곧바로 시민의 초상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몇 해 전 서울 강남구에서 논란이 됐던 골목길 CCTV 설치 논란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현장 경찰관이 과연 어떤 판단으로 이 장치의 'record'버튼을 눌러야 하는지에 대한 법률적인 검토도 필요합니다. 촬영된 동영상을 과연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지, 다른 불법적인 목적으로 유통될 경우 어떻게 제재해야 하는지,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응도 필수입니다.미국보다 훨씬 더 IT-friendly한 우리나라의 환경에서 '과용, 혹은 악용'의 문제는 반드시 검토돼야 합니다.
어제 몇몇 언론에서 이 부분을 보도한 이후, 경찰은 부랴부랴 해명을 냈습니다. 요지인즉, '아직 도입을 검토중인 장비의 오용을 우려한 비판 때문에 검토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억울하다'라는 겁니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CCTV와 카메라들 속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사용(혹은 악용)될 지 모르는 또 하나의 '빅 브라더'에 대해 꺼리는 감정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경찰은 억울한 감정을 갖기 전에, 자신들이 시민의 위탁을 받아 사용하는 '공권력'이 정당하게 행사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자문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이 획기적(?)인 장비가 상용화된 지 1년이 넘도록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P.S.:여담이지만, 만약 경찰이 이 장치를 도입한다면, 사건이 날 때마다 현장 CCTV 화면을 찾아 헤매던 방송기자들은 손에 넣어야 할 영상 source가 또 하나 늘어나겠네요. 앞서 링크한 동영상처럼 생생한 화면을 바탕으로 한 리포트 기사는 물론 대환영이지만, 이래저래 보는 분들은 불편한 뉴스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도 같습니다.
[편집자주] IT분야에 전문성이 느껴지는 유성재 기자는 2001년 SBS에 입사해 정보통신부 출입기자와 인터넷뉴스팀 기자로 다년간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사회2부 경찰기자팀의 부팀장격인 '바이스캡'으로 활약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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