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오랜만입니다. 고맙게도 몇몇 분들이 왜 뉴 포스트가 없냐고 안부 물어주셨는데, 대답하기는 "쓸 게 없어요" 라고 최근 게으르게 보냈던 걸 실토하기도 했습니다.^^
보건 복지 관련 현안 중에 그래도 미워도 다시 한 번, 이번에도 의료 민영화 관련 내용을 재차 되짚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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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도 적었지만, 보건의료 시민단체에서는 의료 민영화의 3대 축으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완화), 영리의료법인 허용,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를 꼽고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정부와 복지부에서 거듭 현 체제를 유지한다고 밝혔으니 넘어가고, 영리의료법인 허용 문제도 제주도민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50%를 넘지 못하면서 일단 추진이 무산된 상태입니다.
남은 문제까지 정리된다면, 올해는 그래도 무사히 지나가지 않을까 싶은데요, 희망사항입니다.^^
-'민영의료보험 활성화'와 관련해 현재 두 가지 논란거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손해보험사의 실손형 보험 상품에 대해 보장범위 조정하는 것, 또 하나는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개인질병정보 일부를 금융위원회에 제공하는 문제입니다.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도 해석에 따라 여러가지 의미를 지닐 수 있겠네요. "'공보험이 중심, 사보험이 보완'이라는 원칙에 따라 각각 제 역할을 하도록 자리잡아야한다"는 당위적 명제에 따라 민영보험을 규제하는 것도 '활성화'라고 할 수 있겠고, 민영보험 규제를 풀어 시장이 더 활기를 띠는 것도 '활성화'겠죠. '의료민영화' 논란과 연결되는 활성화는 후자인 듯합니다. 이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하고, 논란거리들만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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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실손형 보험 보장범위 조정논란부터 따져보겠습니다.
지난 5월부터 생명보험사에서도 실손형 보험 상품을 내놨는데요, 손해보험사에서는 일찍부터 실손형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각기 세세한 차이가 있지만, 가장 큰 차이라면 생보사 상품은 본인부담금의 80%까지만 보장하도록 돼 있지만, 손보 상품은 100% 보장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입니다.
@한국경제신문에서 퍼왔습니다.
(실손형 보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예전 글 https://ublog.sbs.co.kr/so5what?targetBlog=78866, https://ublog.sbs.co.kr/so5what?targetBlog=78939을 참조하세요.)
-본인부담금이란 전에도 설명했듯이 의료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로서 기능하고 있는데요, "실손형 보험이 이를 전부 다 보장해주게 되면 본인부담금의 본래 기능이 훼손된다"는 게 복지부 입장.
그래서 복지부는 손보사 상품을 규제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실손형 보험에서 본인부담금을 보장해주는 것 자체를 금지하자는 안도 있었지만, 최근 의견은 본인부담금 보장한도를 현행 100%에서 축소하는 쪽입니다. (상품을 내놓은 지 얼마 안된 생보사는 이런 움직임을 알기라도 한 듯, 미리 보장한도를 80%로 설계했습니다.)
@한 생명보험사에서 내놓은 실손형 보험 상품 광고사진입니다.
-당연히 손보사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민영의료보험 활성화'와 배치되는 반시장 정책이다", "생보사를 위한 편향적인 정책이다" 라면서요. 또 민영의료보험 가입자가 는다고 해서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된다는 건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서 본인부담금을 축소하는 건 의료비 부담을 늘려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온다고 주장합니다. 실손형 보험에서 보장해주던 범위가 줄어드니까 같은 보험 상품이라고 해도 국민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늘어난다는 거죠.
-여기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게 한국개발연구원 KDI에서 약 한 달 전에 내놓은 연구보고서입니다.
윤희숙 연구원의 '민간의료보험 가입과 의료이용의 현황'이란 보고서인데요, 보고서 요약은 이렇습니다.
(조금 길지만 읽어보시죠.)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관련 제도의 정비가 지연되고 있으나, 실증적 근거에 기반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 따라서 실증적 분석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될 필요가 큼.
최근 민간의료보험에 관해서는 사회적 불평등을 조장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우려들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으나, 이러한 주장들은 대부분 실증적 근거가 없는 상태로 확산되는데다, 민간의료보험제도의 정비가 공적보험 민영화와 혼동되고 있음.
그러나 우리나라 민간의료보험은 건강보험을 보완하는 역할로 설계되어 공적보험의 운영을 전제로 한 제도이며, 1970년대 후반부터 판매되어 이미 상당한 규모의 가입인구가 보완적 보험으로 활용하고 있음.
지금은 소비자 보호장치, 보험 건전성 규제 등 보험상품 고유의 규제를 정비하면서 과도한 의료이용과 의료제공을 방지하기 위한 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임.
민간의료보험이 주로 부유층만의 의료보장수단으로 활용되는지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지에 관한 데이터 분석 결과, 적어도 현재로서는 이러한 우려들의 근거가 뚜렷하지 않음.
전체 민간의료보험사와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민간의료보험 가입률은 전 국민의 63.7%에 달하고 있으며, 경제력 수준이 높은 계층의 민간의료보험 가입률이 더 크지 않아 민간의료보험으로 인한 혜택이 상위계층에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는 뒷받침되지 않고 있음.
또한 전반적으로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의 의료이용량이 비가입자보다 높지 않기 때문에 민간의료보험이 공적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고 판단하기도 어려움.
우리나라의 민간의료보험은 공적보험의 보장성 미흡을 보완하는 의료보장수단으로 저소득층을 포함한 전 계층이 폭넓게 활용하고 있어, 가입자를 보호하고 공적보험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의 의료이용이 전반적으로 높지 않은 현상은 노동시장 특성과 인구의 연령구조, 보험판매관행 등으로 인한 한시적 성격일 것으로 추측되며,
현재 일부 영역에서 가입자의 의료이용이 높은 현상이 향후 보험산업 발전과 함께 확산될 가능성 역시 높기 때문에 과도한 의료이용과 의료제공을 방지하기 위한 장기적 대책이 마련될 필요.
따라서 소비자의 편리를 증진하고 보호하는 장치, 건전성 규제 등 보험산업 고유의 규제를 정비하는 한편, 민간의료보험의 심사평가 역량 강화, 통계축적과 분석의 지원, 적절한 수준의 본인부담 책정 등 의료이용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 ."
요약을 다시 짧게 요약하면,
민간의료보험이 부유층만 주로 활용하거나 건보 재정을 악화시키는지는 현재로선 뚜렷한 근거없다. 그런데 일부 영역에서 민간보험 가입자 의료이용이 높은 현상 나타난다. 민간보험 가입자 의료이용이 전반적으로 높지 않은 현상은 한시적인 것으로 추측된다. 의료이용 높은 현상이 이후 보험산업 발전에 따라 확산될 가능성 높으므로 장기적 대책 필요하다 입니다.
-제가 독해한 바로는,
민간의료보험이 현재는 건보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근거는 명확치 않지만, 일부에선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가입자 의료이용이 높지 않은 것도 한시적이므로, 이후 민간보험 가입자 의료이용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가능성 크니까 대책 마련해야 한다입니다.
-그런데 제 독해능력이 떨어지는 건지, 이 보고서가 인용되는 맥락은 제가 이해한 내용과는 사뭇 다릅니다.
최근 한 종합일간지에서 쓴 기사의 일부입니다.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공백을 보완하고 있는 민영의보 보장범위를 축소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지부는 2006년 당시 유시민 장관 주도로 실손형 민영의보 상품 출시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악화'를 막는다는 취지였다. 실손형 민영의보 탓에 병원 이용이 잦아지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된다는 논리였다. 새 정부 입장도 비슷하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으려면 민영의보 보장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용역을 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내놓은 연구보고서는 복지부 주장과는 사뭇 다르다. 여기에 따르면 0~64세 인구 중 민영의보 가입자의 2년 평균 의료비용은 73만8,000원으로 비가입자(76만8,000원)보다 적었다. 민영의보에 가입했다고 해서 갑자기 의료이용을 늘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민영의보 가입이 의료이용을 늘려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복지부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일간지에 실린 손보협회 직원의 기고글도 일부지만 보시죠.
"...보건복지가족부는 참여정부시절부터 상해·질병보장보험 가입자가 비가입자보다 병원을 더 많이 가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하며 상해·질병보장보험에 대한 보장제한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상해·질병보장보험 가입자의 의료이용량이 비가입자보다 높지 않기 때문에 상해·질병보장보험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악화시킨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라는 연구기관의 실증분석 결과가 있음에도 보건복지가족부는 연구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는 물론이고, 많은 기자들도 민영의보 보장 축소 방침을 반대하는 논리로 이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에서는 이 보고서가 민간보험 활성화를 위해 편향된 내용으로 작성됐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제 생각은 (원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이런 주장들은 보고서를 대충 읽었거나 읽고 싶은 쪽으로 읽어서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www.kdi.re.kr/kdi/report/report_read05.jsp?1=1&pub_no=10534)
먼저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의 의료이용량이 비가입자보다 높지 않다는 내용에서 윤 연구원이 전제하고 있는 건 비급여 영역은 제외됐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건강보험 급여와 본인부담금만을 놓고 의료비용을 따졌다는 게, 이 연구의 결정적인 한계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이런 진단은 꽤 위험하고 무모한 것일수도 있겠습니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가 그냥 전체만 놓고 봐도 전체 의료비의 36% 정도가 되는 상황에서, 비급여를 제외한 의료비만 따져봤는데 민간보험 가입자 의료자 의료이용이 비가입자보다 높지 않기 때문에 민간보험 가입과 건보재정 악화는 관계없다?
이런 주장은 무모해보입니다.
보고서에서는 "민간보험 가입이 건보재정을 악화시킨다는 뚜렷한 근거는 없다"고만 하고 있는데, 이를 갖다쓰는 이들은 "뚜렷한 근거 없다"를 "관련 없다"로 쓰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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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지고 있네요. 일단 자르고 다음에 이어올리겠습니다.
[편집자주] 2003년에 SBS에 입사한 심영구 기자는 사회1부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참 넓고 깊고 복잡하고 중요한 분야'라면서 건강하게 오래사는데 도움이 되는 기사를 써보겠다고 합니다. 사내커플로 결혼한 심 기자는 부부가 방송 기자로 활약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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